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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핵심 광물 확보에 국가 미래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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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중국이 최근 희토류의 정제·가공 이용 기술을 ‘수출금지 및 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정제 역량 중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기술 제한에 나설 경우 반도체 등 첨단 부품 시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 러시아도 미국에 니켈·팔라듐 광물 수출 금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니켈·팔라듐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와 35%다.

만약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다. 니켈은 이차전지와 우주항공, 전기차 산업의 필수 원료다. 팔라듐은 가솔린 자동차의 매연 감축 촉매제의 원료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조치로 러시아산 알루미늄에 관세 200%를 부과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지구촌 자원민족주의 가속화
문 정부, 해외자원 개발 막아
민관합동 장기전략 마련해야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최근엔 세계 10위 리튬 매장국인 멕시코가 리튬을 국유화했다. 전 세계 리튬의 60~70%가 매장돼 ‘리튬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등 3개국도 국유화 대열에 동참할 분위기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이처럼 세계는 이미 ‘자원 전쟁’을 시작했다.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한 인도네시아는 보크사이트·구리·주석도 원광 형태로 수출하는 것을 연내에 종료할 계획이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형태의 니켈 기구 설립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광물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할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지난해 1~10월 주요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금액 기준)는 니켈 99.4%, 흑연 93.1%, 코발트 73.7%, 리튬 63.2%였다. 한국은 지난 10년가량 해외 자원개발에 손을 놓았다. 그 결과 핵심 광물의 자원 개발률이 2014년까지는 24.9%였으나 2021년에는 0.2%까지 떨어졌다.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 때 정점을 찍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는 생태계가 붕괴했다. 특히 문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을 정치적 이유로 ‘적폐’로 낙인 찍고 이미 확보한 해외 광구까지 헐값에 처분했다. 한국이 역주행하는 동안 글로벌 자원 경쟁은 한층 격렬해졌다. 미·중 패권 다툼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등으로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의 ‘자원 민족주의’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포스코·LG에너지솔루션 등이 우리 기업들이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해 해외 광산 개발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엔 리스크가 커서 역부족이다.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합심해 움직여야 한다.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일본은 일찌감치 석유·가스·광물 공기업을 통합한 ‘일본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해외 자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이 자원 빈국의 설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래 중요도가 높아지는 주요 핵심 광물 확보에 장기적 전략을 짜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마침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7일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희토류 등 10대 핵심 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 등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대신 국내 사용 광물의 재활용은 늘린다는 목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첨단산업에 쓰이는 주요 핵심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최대 수십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공급망이다. 공급망을 확보하려면 ‘자원 외교’가 필요하다. 자원 외교를 통해 자원 보유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6월 한국을 포함해 미국·캐나다 등 12개국이 중국산 핵심 광물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핵심 광물 안보 파트너십’을 설립했다.

50년도 채 안 되는 한국의 해외 자원 개발 역사를 돌아보면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자원 개발은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다. 해외 자원 개발은 탐사부터 개발·생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장기 플랜을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 자원개발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핵심 광물 확보에 미래산업의 성패와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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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