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명찰’은 왜 그를 울렸나…‘해병 성지’ 천자봉은 알고 있다

  • 카드 발행 일시2024.04.08

‘우리가 해병이다’ 연재를 시작하며

‘노도와 함성이 산하를 덮을 때/ 상륙전 선봉에서 우리는 간다
포탄과 연막이 바다를 덮을 때/ 상륙전 선봉에서 우리는 간다’

해병대 군가인 ‘영원한 해병’ 1, 2절에서 한 소절씩 따왔습니다. 가사에서 나온 것처럼 ‘산하’와 ‘바다’를 넘나드는 ‘상륙전’을 펼치는 군대가 해병대입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다 합해 2만8000여 명밖에 안 되지만, 북한은 이를 막고자 상당한 병력을 후방에 붙박이로 둬야만 합니다. 전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 해병대가 형제로 인정하는 외국 해병대가 대한민국 해병대입니다.

적에게는 한없이 무섭고, 국민에게는 너무나도 따뜻한 대한민국 해병대. 그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대한민국 해병대 찬가인 ‘우리가 해병이다’, 이제 시작합니다.

대한민국 해병은 오른쪽 가슴엔 빨간 명찰을 단다. 빨간 배경에 노란색으로 이름을 새겼다. 빨강은 피를, 노랑은 땀을 상징한다. 해병은 피와 땀으로 빚어낸다고들 한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해병대 신병 1303기의 훈련을 지켜보니 정말 그랬다.

해병대 신병 1303기 훈련병들이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신병 1303기 훈련병들이 각개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3월 22일 경상북도 포항시 운제산은 꼭두새벽부터 해병 훈련병들로 가득 찼다. 1303기 1397명이 완전무장을 하고 대왕암으로 오르고 있었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16도였다. 그래도 산기슭에선 쌀쌀함이 가시지 않았다.

운제산 등산로는 가파르지 않지만 제법 굴곡이 있다. 소총에다 침낭·전투복·속옷·양말 등을 넣은 군장 무게(20㎏)가 상당하다. 훈련병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꾸역꾸역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 훈련병이 도중에 발을 헛디뎠다. 금세 곁에서 누군가 손을 내밀었다. 또 다른 훈련병이 힘겨워 보여 뒤처질까 했는데, 바로 뒤에서 밀어줬다.

해병대 훈련병들이 산악훈련장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훈련병들이 산악훈련장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김종호 기자

운제산은 신라 때 자장·원효·혜공 등 수많은 고승이 수도했다. 이 산의 여러 봉우리 중 대왕암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영험하기 이를 데 없는 운제산 대왕암은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대한민국 해병대만 부르는 지명이다. 그들에겐 대왕암이 아닌 ‘천자봉’이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기주 

훈련병들은 이날 오전 3시 숙영지에서 총기상했다. 천자봉 고지정복 훈련(행군)이 막을 올렸다. 극기주의 마지막 훈련이 천자봉 행군이다.

해병대 훈련병들이 천자봉 행군을 하고 있다. 행군은 새벽 3시 총기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훈련병들이 천자봉 행군을 하고 있다. 행군은 새벽 3시 총기상으로부터 시작한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훈련병들의 천자봉 행군. 동료의 군장을 뒤에서 밀어주며 전우애를 다진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훈련병들의 천자봉 행군. 동료의 군장을 뒤에서 밀어주며 전우애를 다진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훈련병들이 천자봉 행군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해병대 훈련병들이 천자봉 행군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훈련병들은 천자봉 행군 중 곳곳에 세워진 해병대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며 지나가야 한다. 김종호 기자

훈련병들은 천자봉 행군 중 곳곳에 세워진 해병대 구호를 큰 소리로 외치며 지나가야 한다. 김종호 기자

앞서 그 주 월요일인 3월 18일 오전 4시 DI(훈련교관)의 불호령으로 극기주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100㎏에 이르는 목봉을 들어올리는 체조를 하면서 훈련병들은 극기주를 체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