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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누가 키워?" 中 90년대생 양돈업자 인기폭발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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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mc china]

[사진 fmc china]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돼지를 키우러 귀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90년대~00년대생으로, 번잡한 도시생활 대신 돼지와 함께하는 농촌생활을 택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수레를 끌어 돼지 밥을 주고, 오물을 맞으며 축사를 청소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은 양돈 기업의 스마트 축사에서 첨단 기술의 힘을 빌려 똑똑하게 돼지를 키운다.

중국 양돈 업계에 디지털화·스마트화 바람이 거세진 것은 2018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 사태 이후다. 당시 중국에서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키우던 돼지의 절반가량인 2억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낙후한 사육환경’ 때문에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축산 농가와 기업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5G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양돈장의 디지털화·스마트화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中 양돈장, 얼마나 스마트해졌나? 

최근 후베이(湖北)성 어저우(鄂州)시에 26층짜리 돼지 사육 빌딩이 세워져 화제가 됐다. 이 빌딩은 ‘세계 최고층 양돈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설비로도 이목을 끌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 빌딩은 온·습도 조절, 사료 공급, 분뇨 배출 등이 자동으로 조절되며, 다양한 센서 및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각 층에 입주한 돼지의 건강 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양돈장의 스마트화는 젊은 인력의 유입을 촉진했다. 과거 더럽고 고되었던 일이 쾌적하고 편리하게 변하면서, 양돈업에 관심을 갖는 중국 청년들이 늘어났다.

기업의 젊은 인력 수요 역시 증가했다. 중국 대표 양돈기업 무위안구펀(牧原股份), 온씨식품(溫氏股份), 정방과기(正邦科技) 등은 앞다퉈 젊은 인재 영입을 늘렸다. 일례로 정방과기는 2020년 학부 졸업생 2만 5000명을 신규 채용했다. 현재 재직자 수가 4만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의 채용이었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청년들은 의욕적이고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크며, 학습력과 수용력이 강하다”면서 “양돈장의 현대화, 스마트화 추세 하에 양돈 기업들은 조직이 더욱더 젊어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높은 임금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청년들을 흡수하고 있다. 정방과기의 ‘2022년 가을 졸업생 캠퍼스 채용’ 정보에 따르면 전문대, 학사, 석사, 박사학위 소지자의 입사 첫해 연봉은 각각 10~15만 위안(약 1951~2926만 원), 12~20만 위안(약 2341~3902만 원), 18~30만 위안(약 3511~5853만 원), 30만 위안(약 5853만 원) 이상이다.

월급은 거의 전액, 버는 만큼 모을 수 있다.

고액의 임금을 거의 쓰지 않고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양돈장 생활의 큰 장점이다.

현지 매체 시대주보(時代週報)가 인터뷰한 21세 여성 완샤(晩霞)씨는 전문대에서 뉴스 편집과 제작을 공부했으나, 현재는 전향해 지방 양돈장에서 분만실 사육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아직 직업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 아니나, 주변 동기들보다 돈은 훨씬 더 잘 번다고 전했다.

완샤 씨가 말한 바로는 뉴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그녀의 동기들은 한 달에 2000~3000위안(약 39~58만 원) 정도를 번다. 반면에, 그녀는 성과금까지 합쳐 한 달에 5000위안(약 97만원) 이상의 돈을 손에 넣는다. 또한, 양돈장에서 기본적으로 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녀는 월급 대부분을 안 쓰고 모을 수 있다.

[사진 신화통신]

[사진 신화통신]

다른 직업에는 없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양돈장 생활의 두 번째 장점은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돈장에서 생물 안전 관리 일을 하는 25세 남성 왕중치(王中齊)씨는 “양돈장 생활에는 대도시의 극심한 출퇴근이 없고, 한가할 때는 채소와 꽃 심기, 낚시, 바비큐 등을 할 수 있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돼지를 키우려면 외로움을 참아야 한다.

다만, 애로사항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의 양돈장은 환경과 대지 문제 때문에 대부분 외진 산간 지역에 있다. 이 때문에 돼지를 키우려는 중국 청년들은 사교 욕구와 외로움을 참아야 한다. 일하는 동안의 고독감은 양돈업자가 견뎌야 할 가장 큰 어려움이다.

양돈장에서 수의사로 일했던 25세 장(張)씨는 높은 연봉을 위해 양돈장에 왔지만, 보름여 만에 그곳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세전 기본급 9000위안(약 175만 원)에 성과급까지 두둑이 받았지만, 양돈장의 답답한 생활을 견디지 못했다.

장 씨를 특히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양돈장의 ‘폐쇄식 관리’다. 중국의 대다수 양돈장은 질병 유입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단위로 양돈장의 출입을 통제하는 ‘폐쇄식 관리’를 택하고 있다.

장 씨가 근무했던 양돈장의 폐쇄 기간은 42일로, 이 기간 직원들의 외출은 전면 금지됐다. 장 씨는 세상과 단절된 이 시간을 버티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양돈장에서 생물 안전을 고려해 외지 물건 반입을 금지했는데, 그래서 일을 마친 후엔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간이 매우 지루했고 헛되이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 씨처럼 폐쇄식 관리를 견디지 못하고 양돈장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자, 회사 차원에서도 여러 수단을 취하기 시작했다. 한 양돈기업은 폐쇄 기간이 끝나면 직원들에게 3일 휴가와 특별수당을 지급하고, 외출 시 왕복 여비를 환급해 주고 있다. 또한, 비상상황을 제외하고 직원들이 폐쇄 기간 후 받는 휴가를 모아서 한꺼번에 쓸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 밖에, 양돈장의 직원 생활구역 안에 오락실, 마사지실, 노래방, 농구장, 축구장, 수영장 등 여가 시설을 만들어 직원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다.

양돈장 내 직원용 축구장 [사진 시대주보]

양돈장 내 직원용 축구장 [사진 시대주보]

중국은 매년 7억 마리의 돼지를 출하하는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지난 7월, 중상산업연구원(中商產業研究院)이 발표한 '2022년 중국 양돈산업 시장 전망 및 투자 연구 보고서'는 중국인의 돼지고기 소비 수요는 견고하게 성장할 것이며 앞으로 양돈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 양돈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저량비(생돈 가격을 옥수수 가격으로 나눈 비율)이 최근 8.5배로 상승했으며, 올해 3분기 중국 증시에 상장한 양돈기업 대부분이 흑자를 달성했다.

화촹증권(華創證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0대 중국 증시 상장 양돈기업의 합계 매출은 1093억 7400만 위안(약 21조 34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28% 증가했고, 순이익은 113억 3500만 위안(약 2조 2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48% 증가했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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