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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판하며 아이비리그로 떠난 ‘여신 과학자’, 돌연 컴백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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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저명한 생물과학자 옌닝(顏寧)이 중국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작심을 기념하는 웨이보 해시태그는 4억 4천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의 귀환에 많은 이들은 ‘별의 귀환’, ‘진정한 애국자’ 등의 반응을 보이며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그가 어떤 인물이길래 이토록 환대받는 걸까.

 중국의 '여신 과학자' 옌닝이 5년간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바이두

중국의 '여신 과학자' 옌닝이 5년간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바이두

칭화대 최연소 정교수, 50년 난제 6개월 만에 해결한 과학계의 별

1977년 산둥(山東) 성에서 태어난 그는 2000년 중국 명문 칭화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4년 뒤엔 프린스턴대 박사학위를 받고 분자생물학 박사후과정을 시작했다. 2005년에는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꼽은 청년과학자상을 받았다. 2007년 칭화대는 옌닝을 박사생 지도 교수로 초청했고, 그는 30세의 나이로 칭화대학교 최연소 정교수로 임명됐다. 특히 옌닝은 출중한 미모로도 유명해 한때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의 주요 연구분야는 구조생물학과 생물화학으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옌닝 연구팀이 ‘사이언스’, ‘네이처’ 등 세계 과학저널에 게재한 논문만 19편에 달한다. 네이처 지는 옌닝을 ‘중국 과학계의 별’로 꼽기도 했다. 옌닝 연구팀이 2014년 전 세계 생물학자들이 50년간 연구해 온 난제를 6개월 만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포도당수송체 GLUT1의 결정구조를 분석해 내는 데 성공함은 물론 세계 최초로 암과 당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해냈다.

생물과학자 옌닝(顏寧). 사진 바이두

생물과학자 옌닝(顏寧). 사진 바이두

옌닝은 국제 학계의 큰 주목과 찬사를 받았고, 많은 과학자는 그의 성과를 '이정표'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분자 생물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한 옌닝. 그랬던 그는 2017년 돌연 미국으로 떠날 것을 알렸다. 당시 옌 교수는 앞으로 중국과 외국 일류 대학과의 협력을 늘리겠다며 소회를 밝혔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에선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중국의 열악한 연구 환경과 인재 유지 능력에 의문을 품었던 사람이 많았고 여론은 크게 들끓었다.

中 과학계 맹렬히 비판했는데… “中 생명과학 발전 위해 힘쓸 것”? 

사실 옌닝은 꾸준히 중국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비판을 일삼았다. 그가 해결해낸 포도당수송체 연구는 국가의 지원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2014년 옌닝은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가 ‘포도당수송체 프로젝트’ 연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연구비 신청이 2년 연속 거절됐다”며 “과학계의 관료주의로 인해 기초과학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공개했다. 이어 그는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연구개발을 지원해 준 덕분에 포도당수송체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가 중국 과학계를 비판한 지 1년 뒤인 2015년, 프린스턴대는 옌닝에게 종신 교수직을 제안했고 프린스턴대로 돌아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옌닝은 본국으로 돌아와 의과대학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 돌연 귀국을 선택했을까.

옌닝은 자신의 SNS 계정에 “선전 의료대학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위해 힘쓸 것”이라며 강한 포부를 내비치며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광둥성 선전의학과학원(Shenzhen Medical Academy of Research and Translation)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다고 밝혔다.

옌닝 교수는 지난 11월 1일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혁신인재포럼에서 “우수한 학자들과 함께 인류가 직면한 각종 건강 위협에 대응하고 생물 의학 난제에 도전해 독창성을 가진 혁신 성과를 거둬 사회에 보답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선전시의 초청을 받았다”며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흥분과 기쁨을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1일, 옌닝 교수가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혁신인재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深圳衛視]

제2의 옌닝 어디 있나…. 인재 육성 절실한 中 

그의 귀환에 많은 이들은 환영하는 분위기. 특히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서서 과학기술 자립 자강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기에 복귀를 밝혔기에 대중 사이에서 엄청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에서 "과학기술은 제1생산력, 인재는 제1자원, 혁신은 제1동력"이라며 "과교흥국(科敎興國), 인재강국, 혁신발전 전략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홍콩신문망은 "당대회 보고서에 처음으로 교육·과학기술·인재 전략을 하나로 묶어 혁신형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중국의 상류 엘리트들은 이념과 통제가 강화되고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조치로 중국 엑소더스를 실현하고 있다. 투자 이민 컨설팅회사인 헨리&파트너스(Henley & Partners)는 지난 7월 고액 순 자산을 가진 약 1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 이민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이어 한 국가의 부와 인구 유출을 예측한 수치로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옌닝 교수의 중국 복귀는 박수를 받을만하다는 의견이다. 위안란펑(袁嵐峰) 중국과학기술대 부교수는 “많은 이들이 해외를 선택할 때, 또 다른 이들은 귀국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중국)는 이전에도 국민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는 올바른 정책”이라며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도덕적 강요가 아닌 매력적인 환경에 있다”고 말했다.

선전 제3인민병원을 이끄는 전염병 전문가인 루훙저우(盧洪洲)는 “옌닝의 귀환이 과도기적인 연구와 건강 관리 측면에서, 선전이 국제적으로 최고의 장소 중 하나가 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전은 꿈이 실현되는 곳, 인재들의 매력적인 목적지, 혁신의 중심지”라고 덧붙였다.

생물과학자 옌닝(顏寧). 사진 바이두

생물과학자 옌닝(顏寧). 사진 바이두

중국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는 논평을 통해 “중국이 인재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왔으며, 이는 점점 더 많은 해외 화교 과학자들이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하도록 끌어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1년에는 1400명 이상의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 학술기관이나 기업에서 사임하고 중국으로 귀국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숫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내 (중국에) 적대적인 정치·인종 환경 때문에 중국계 과학자·엔지니어가 미국 명문대 종신 교수직도 포기하고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옌닝의 선택은 과연 ‘애국심’일까, ‘책임감’일까. 그의 귀환이 중국 생명과학계에 또 어떤 파장을 일으킬까. 옌닝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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