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여기가 딱!" 中 게임 회사들 몰려드는 이 나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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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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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3대 게임사인 텐센트게임즈(騰訊游戏·Tencent games), 미호요(米哈游·Cognosphere), 릴리스게임즈(莉莉絲遊戲·Lilith Games)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본사를 이 나라에 세웠다.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사진 셔터스톡]

싱가포르 [사진 셔터스톡]

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의 1.2배, 인구수는 597만 명으로 서울시 인구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규모면에서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이곳에 유수의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본사를 세우는 이유는 뭘까?

텐센트게임즈는 해외 게임 서비스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글로벌 브랜드 레벨인피니트(Level Infinite)를 설립했다. 텐센트게임즈는 중국에, 레벨인피니트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게임 서비스에 집중한다. 현재 레벨인피니트는 싱가포르와 암스테르담 두 곳에 거점을 두고 있다. 레벨 인피니트가 퍼블리싱 및 서비스를 맡은 게임으로는 '천애명월도 M', '백야극광'(오로라 스튜디오)과 '싱크드: 오프 플래닛(Synced: Off Planet)' PC 버전(넥스트 스튜디오), '돈 스타브:뉴홈(Don’t Starve: Newhome)' 모바일 버전이 있다.

미호요는 지난 2월, 싱가포르에 ‘호요버스(HOYOVERSE)’라는 글로벌 퍼블리싱 자회사를 신규 설립했다. 미호요는 멀티플랫폼 게임 ‘원신(Genshin·原神)’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이끌었다. 원신은 중세 동서양에서 따온 다양한 세계관과 배경을 기반으로 해 전세계 유저의 문화적 장벽을 낮춘 것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오픈월드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는데다 완성도가 높았던 것이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호요버스 관계자는 "싱가포르 글로벌 센터는 호요버스의 글로벌 유통 및 운영을 위한 핵심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릴리스게임즈는 지난 5월 글로벌 퍼블리싱 자회사 ‘파라이트게임즈(Farlight Games)’를 설립했다. 릴리스게임즈는 ‘라이즈 오브 킹덤즈’와 ‘AFK 아레나’로 흥행에 성공했다. 릴리스게임즈의 왕신원(王信文) 대표는 "파라이트게임즈 설립은 글로벌 현지화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을 의미한다"며 준비 중인 다수의 미출시 신작을 파라이트게임즈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내 놓을 것이라 밝혔다.

이밖에도 중국 게임사인 IGG와 유주(游族·YOOZOO)는 각각 2009년, 2018년 싱가포르에 본사와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에 있다.

텐센트게임즈의 해외 게임 서비스 사업 브랜드 '레벨인피니트(Level Infinite)' [사진 레벨인피니트 공식홈페이지]

텐센트게임즈의 해외 게임 서비스 사업 브랜드 '레벨인피니트(Level Infinite)' [사진 레벨인피니트 공식홈페이지]

1. 발전 여력 충분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눈길

게임 전문 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9년 동남아시아의 게임 시장 규모는 43억 달러(모바일 게임 시장은 26억 달러)로 추산됐다. 동기간 일본, 미국, 중국의 게임 시장 규모가 각각 291억 달러(약 41조 원), 375억 달러(약 53조 원), 349억 달러(약 49조 원)였던 것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 조사 업체 니코파트너스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게임 시장 규모가 2023년 80억 달러(약 11조 3700억 원)를 돌파할 것이라 전망했다.

중국 게임 시장조사 기관 감마데이터(伽马数据)에 따르면 2020년 동남아시아의 게임 유저는 전체 인구의 30%이며, 5억 2700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 중 모바일 게임 유저는 4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표가 뜻하는 것은 바로 '가능성'이다. 타 국가에 비해 동남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산업 확장의 여지가 많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그중 싱가포르는 지정학적으로 동남아 무역 허브면서 인프라 구축이 잘 된 나라로 게임사의 해외 진출 본부로 삼기에 적합하다.

2. 중국 문화나 정서에 거부감 없어 시장 진입에 유리

글로벌 모바일 게임 기업을 고객으로 둔 센서타워(SensorTower)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잘 팔린 게임 100위권 내에 총 48개의 중국의 모바일 게임이 포함됐다. 여기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약 9억 8000만 달러로 100위권 내에 포함된 게임 전체 매출의 5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21년 상반기 동남아시아 모바일 게임 시장의 50%가 중국 게임 회사의 자체 개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게임이 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지에 거주하는 화교의 존재다. 두 나라의 화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70%, 25%를 차지한다. 이들은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전통 문화 IP에 거부감이 없다. 감마데이터에 따르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신사조군협전 철혈단심(新射雕群侠传之铁血丹心)’, '소오강호 신마판(笑傲江湖新马版)', '삼국지·전략판(三国志·战略版)', '검협연 온라인판(剑侠情缘网络版)' 등 다양한 중국풍 IP와 중국 특색의 게임들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 지역 내 중국 문화에 대한 포용은, 해외 진출의 난관 중 하나인 '현지화'에 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 게임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3. 싱가포르 정부·기업, e스포츠 부흥 위해 전폭적 지원

2019년 동남아시아게임(SEA Games·시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동남아시아 국가 게임 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데이터 센터를 보유한 국가다. 싱가포르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 알리바바 클라우드, 화웨이 클라우드, 텐센트 클라우드 등 다수의 클라우드 서버가 싱가포르에 집중돼 있다. 게임을 위한 생태계가 이미 잘 구축돼 있는 것.

또, 싱가포르 내에 경쟁력 있는 인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지 대학은 게임 개발 회사와 협력해 제품 연구, 게임 설계 커리큘럼, 기업 교류 등 게임 산업 인재를 육성하는데도 적극적이다. 2018년에는 싱가포르 사이버스포츠 및 온라인게임협회(SCOGA)가 싱가포르 최초의 e스포츠 및 게임 디자인 디플로마 과정을 신설한 바있다.

2019년 연말에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게임 감독기관인 글로벌 e스포츠협회(GEF)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설립했고, 2020년 8월에는 싱가포르 기업청,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 싱가포르 관광청의 지원으로 싱가포르 게임협회(SGGA)가 설립된 바있다. 이렇게 게임 메카로 초석을 다져온 덕에 싱가포르의 게임 퍼블리셔인 가레나(Garena)와 게임 기기 회사인 레이저(Razer)가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뛰어난 디지털 기술 인프라와 높은 소득 수준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게임 산업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싱가포르. 금융허브에 이어 게임허브 타이틀을 얻게 될 수 있을까.

차이나랩 임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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