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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국방' 논란보다 北위협 더 시급…日관함식에 소양함 보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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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 달 6일 열리는 일본 해상자위대 주최 국제관함식 해상 사열에 해군 함정을 보내기로 27일 결정했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례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다음 달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주최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해군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보내기로 27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18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서 취역식을 가진 소양함의 모습. 송봉근 기자

정부는 다음 달 6일 일본 해상자위대 주최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해군 군수지원함 '소양함'을 보내기로 27일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18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기지에서 취역식을 가진 소양함의 모습. 송봉근 기자

국방부와 해군은 이날 참가 배경과 관련해 “과거 일본이 주관한 국제관함식에 해군이 두 차례 참가했던 전례와 국제관함식과 관련한 국제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면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국제관함식 참가가 가지는 안보상의 함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친일 국방’이란 야당의 프레임 공격과 낮은 정권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관함식 참가를 결정한 것은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을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란 뜻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각종 도발을 일삼고 추가 핵실험까지 강행할 태세인데, 한ㆍ미ㆍ일 공조와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국제관함식이 우방 간 군사협력을 상징하는 국제적인 행사인 만큼 국내 정치적 논란을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통상 국제관함식에 보내던 구축함이 아닌 군수지원함 ‘소양함’(AOE-IIㆍ1만t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물자 보급 등이 주임무인 군수지원함으로 톤 다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SC에서 격론 벌어져" 

이번 관함식은 해자대 창설 70주년을 기념해 열린다. 29일 해자대 기지와 미 7함대 기지가 있는 군항 도시인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横浜) 시에서 사전 행사를 시작한다.

관함식의 하이라이트인 해상 사열(본 행사)은 사가미(相模) 만에서 다음 달 6일 열릴 예정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소양함은 다음 달 2일쯤 입항하며, 해상 사열이 끝난 뒤 현지에서 다국간 연합 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조난ㆍ화재 선박에 대한 해상 수색·구조 훈련(SAREX)”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해군 주최 국제관함식에서 관함식에 참가한 함정들이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는 욱일기 게양 문제로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해군

지난 2018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해군 주최 국제관함식에서 관함식에 참가한 함정들이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 당시 일본 해상자위대는 욱일기 게양 문제로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해군

앞서 지난 25일 해상자위대가 발표한 참가국 명단에는 미국ㆍ영국ㆍ호주ㆍ프랑스ㆍ캐나다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뉴질랜드ㆍ파키스탄ㆍ싱가포르ㆍ태국 등 12개국이 올랐다. 사카이 료(酒井良)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에 해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을 초대했지만, 기한을 2주 넘기고도 답신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정부 내에선 이미 함정을 보낸다는 기류가 강했다”며 “그래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27일 NSC에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관함식은 26개국 해군참모총장이 참석하는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과 함께 열릴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도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며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방안을 다루는 국제회의”라고 말했다.

욱일기 논란에 "국제사회 인정" 

한ㆍ일 간 국제관함식 참가 문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일본 함정의 깃발 게양을 놓고 양국이 팽팽히 맞서면서 촉발됐다. 당시 문 정부는 자위함기가 옛 일본군의 ‘욱일기(旭日旗)’와 같다며 일본 국기인 ‘일장기(日の丸)’를 달고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 측이 거절했다.

이후 그해 12월 해군 함정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사격통제(일본식 표현은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준해 쐈다는 논란이 일면서 양국 안보 당국 간 갈등이 증폭했다. 또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2018년 10월)을 둘러싼 갈등이 겹치면서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중단할 위기까지 놓였다.

당시 문 정부는 그해 11월 22일 종료 6시간을 앞두고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지소미아 종료통보 효력을 정지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상 연장한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19년 4월 21일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츠키함이 중국 칭다오항에 입항하고 있다. 당시 함정에 욱일기를 게양했다. [EPA]

지난 2019년 4월 21일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스즈츠키함이 중국 칭다오항에 입항하고 있다. 당시 함정에 욱일기를 게양했다. [EPA]

욱일기 논란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는 “자위함기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 여부를 전수 조사했다”며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문제로 삼는 국가는 없고, 우리도 과거 관함식에선 문제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18년 이전엔 한ㆍ일 양국이 국제 관례대로 서로 국제관함식에 참석하던 것을 정치권이 문제로 삼으면서 비정상적인 관계가 돼버린 측면이 있다”며 “양국 간 안보협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관함식 참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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