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발도 안된 미사일 쏜척…대선때 文국방부 '수상한 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2.10.04 02:00

업데이트 2022.10.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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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가 국산 요격 체계인 L-SAM(장거리 요격미사일) 개발을 홍보하기 위해 짜깁기한 영상물 제작에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추가 배치’ 공약을 두고 정치권이 열띤 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였다. 군 안팎에선 “당시 국방부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선거에 관여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가 지난 2월 28일 당시 서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공개한 영상물에서 장거리 요격미사일인 L-SAM을 소개하는 화면.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태평양의 콰잘레인 환초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간단계 요격미사일 시험 발사한 지난 2017년 5월 30일 공개한 영상을 무단으로 삽입했다. 국방부 홍보영상 캡처

국방부가 지난 2월 28일 당시 서욱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전군지휘관회의에서 공개한 영상물에서 장거리 요격미사일인 L-SAM을 소개하는 화면.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태평양의 콰잘레인 환초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간단계 요격미사일 시험 발사한 지난 2017년 5월 30일 공개한 영상을 무단으로 삽입했다. 국방부 홍보영상 캡처

3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지난 2월 28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전군지휘관회의에서 상영됐다. 국방부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단에 해당 영상을 배포하는 등 적극 홍보했다.

그런데 L-SAM을 소개하는 영상 도입부에 무단 도용한 영상이 들어갔다.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지난 2017년 5월 공개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미사일의 시험 발사 장면이었다.

영상만 보면 아직 요격 시험을 하지 않은 L-SAM을 마치 시험한 듯 착각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당시 군 안팎의 반응이다. 개발 초기 단계인 군 핵심 무기를 홍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영상 짜깁기를 했다는 지적이다. 장거리 요격 미사일인 L-SAM은 2024년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착오로 삽입된 것”이라며 영상을 제작한 국방홍보원 실무진의 실수로 돌렸다. 그러나 국방부는 영상 제작 초기부터 이같은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군지휘관회의 전날 서욱 전 장관과 박재민 전 차관 등 국방부 지휘부가 참석한 사전 시사회가 열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후 세 차례 영상물 보완 방향까지 논의하는 등 국방부가 영상물 제작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이 영상을 공개한 시점도 논란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윤 후보의 사드 공약에 맞서 L-SAM 개발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던 때였다. 또 당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영상 공개 전날 자신의 SNS에 “L-SAM과 ‘한국형 아이언돔’인 LAMD(장사정포 요격체계)의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며 사전 홍보 성격의 글을 올렸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를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산 무기 체계인 'L-SAM 개발'을 공약했다. 윤석열·이재명 후보 SNS 캡처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를 자신의 SNS 계정에 올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산 무기 체계인 'L-SAM 개발'을 공약했다. 윤석열·이재명 후보 SNS 캡처

이와 관련,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2023년 이후에나 요격시험에 들어갈 L-SAM을 대선 국면에서 대놓고 띄운다는 인상이 강했다”며 “선거 관여 의혹이 일 수 있는 사안인데도 당시 국방부가 무리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 대선후보와 청와대가 운을 뗀 무기를 국방부가 갑자기 맞장구를 쳤다는 해석이다.

국방부가 관련 훈령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홍보훈령’에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 군 내·외 기관의 군 관련 미디어 사진 콘텐트 제작을 지원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의원은 “국방부가 대선 이슈로 등장한 L-SAM 개발을 정치적 무기로 변질시켰다”며 “아직 여물지도 않은 국산 무기를 영상 조작까지 하면서 홍보한 것은 사실상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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