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항모 '서해공정' 노골화…韓영해 70해리 앞까지 들어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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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서해를 앞마당으로 삼으려는 ‘서해공정’을 더 가속하고 있다. 지난 3월엔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항공모함이 한국 영해 70해리(약 130㎞)까지 바짝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항모가 한국 전체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펼칠 수 있는 문턱까지 들어왔다. 정부와 군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1일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한국 해군 관할 해역으로 진입한 중국 해군 함정은 매년 200척이 넘는다. 2018년 230여척에서 2019년 290여척, 2020년 220여척, 2021년 260여척 등이었다. 올해 상반기(1~6월)는 110여척이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중앙포토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중앙포토

관할 해역은 한국 해군이 한반도 주변에 설정한 해양통제구역(MCA)을 말한다. 국제법상 공해(公海)지만, 이곳에 들어오는 외국군 함정에 대해 한국 해군은 집중감시에 들어간다. 북한 선박의 경우 허가 없는 출입을 통제한다.

특히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를 모항으로 둔 중국의 항모 랴오닝(遼寧)함의 움직임은 위협적이다. 랴오닝함은 관할 해역에서 매년 한두 차례 보이더니 올해 상반기만 3번 나타났다. 올 3월 한국 영해 70해리까지 근접했다.

이는 랴오닝함이 최근 3년간 영해에 가장 가깝게 항해한 사례다. 랴오닝함은 보통 100해리(약 185㎞) 떨어져 영해 근처를 지나갔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부장(예비역 해군 소장)은 “중국 항모의 전투기인 J-15는 항속거리 3500㎞, 작전 반경 1500㎞다. 이 정도 거리(70㎞)에선 제주도를 포함해 한국의 어디라도 타격할 수 있다”며 “중국이 한국을 배려했더라면 랴오닝함이 더 먼 거리를 돌아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랴오닝함은 지난해 산둥반도 남쪽 바다에서 훈련도 벌였다. 훈련 장소는 서해 한ㆍ중 잠정조치수역 서쪽 해역이었다.

서해는 한국과 중국이 가까이 있어 양국 간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ㆍ중은 2001년 서로 EEZ가 겹치는 해역에 ‘잠정조치수역’을 만들었다.

EEZ에서의 자원개발이나 어업 활동 등은 관할 국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단 EEZ의 통항은 자유다.

하지만 중국 해군은 2013년 한국과 협의 없이 동경 124도 서쪽을 해상작전구역(AO)이라고 주장하면서 활동 공간을 잠정조치수역 안으로 넓히려고 하고 있다. 한국 해군의 MCA의 경계선은 중국 해군의 AO(동경 124도)보다 서쪽으로, 중국에 더 가까운 동경 123도를 따라 그어졌다.

그런데도 중국 해군은 2013년부터 한국 해군 함정이 동경 124도를 넘어 서쪽으로 이동하면 “즉시 나가라”는 경고 통신을 보내고 있다.2020년 12월엔 중국 해군 경비함이 백령도에서 40㎞가량 떨어진 해역까지 들어온 적 있다〈중앙일보 2021년 1월 27일자 1,5면〉.

랴오닝함 비행 갑판에 대기 중인 중국 해군 전투기 J-15. 중국 국방부

랴오닝함 비행 갑판에 대기 중인 중국 해군 전투기 J-15. 중국 국방부

중국은 또 칭다오에 한(漢)급 공격 핵추진 잠수함(SSN) 3척과 샤(夏)급 전략 핵추진 잠수함(SSBN) 1척을 두고 있다. 핵잠 등 중국 잠수함은 2020~2021년 관할 해역에서 4회 포착됐으나 올 상반기 3회 발견됐다.  

중국은 하늘에서도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공군의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진입은 2019년 50여회, 2020년 70여회, 2021년 70여회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는 40여회였다.

KADIZ는 영공은 아니지만, 외국 군용기가 들어가려면 한국에 먼저 알리는 게 관례다.

2019년 7월 23일 중국 전략폭격기가 러시아 전략폭격기와 연합 훈련을 펼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A-50 조기경보기가 독도 영공을 2차례에 침범했다. 신원식 의원은 “이후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매년 핵공격을 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를 우리에게 통보하지 않고 KADIZ로 밀어 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관할 해역에 군함을 자주 보내고, KADIZ를 무단으로 진입하는 배경엔 서해를 내해(內海)로 삼으려는 의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호 한국국제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서해는 베이징(北京)에서 멀지 않고, 역사적으로 외세가 중국을 바다에서 쳐들어 온 경로였다”며 “중국이 대만이나 남중국해로 세력을 뻗어 나가려면 서해가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해군의 진급 잠수함이 랴오닝함 항모 전단 잎에서 수상주항를 하고 있다. 웨이보

중국 해군의 진급 잠수함이 랴오닝함 항모 전단 잎에서 수상주항를 하고 있다. 웨이보

군 당국은 관할 해역과 KADIZ에 활동하는 중국 해ㆍ공군을 추적하고, 우발적 충돌을 막으려고 직통망을 통해 교신하고 있다. 또 필요한 경우 관할 해역 바깥쪽으로 군함을 내보내고 있다.

신원식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군 당국은 보안을 핑계로 중ㆍ러의 연합 비행 등 특이사항 외 KADIZ 무단진입을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중국에 관할 해역과 KADIZ를 내주면 서해를 뺏기게 된다.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중국에 알리고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로잡습니다=올 3월 중국 항모 랴오닝함이 한국 영해에 가장 근접한 거리를 70㎞에서 70해리로 바로 잡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중국 해군 활동 자료를 제출하면서 단위를 해리(1해리=1.85㎞)가 아닌 ㎞로 잘 못 썼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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