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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비 어제는 충청권에 200㎜…오늘 또 서울 올라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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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언제 물난리가 있었냐는 듯 맑게 갠 하늘 아래 실종 사실을 알리는 건 맨홀 옆 고깔 하나뿐이었다. 집중호우가 서울 및 수도권에 처음 쏟아진 지난 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맨홀에 A씨(50)와 B씨(46) 남매가 빠져 실종됐다. 고깔이 놓인 그 맨홀이다. 남매는 편찮으신 아버지를 뵈러 부모님 댁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시간당 120㎜의 폭우로 평소 다니던 강남대로는 아비규환이었다. 남매는 2차로 이면도로로 우회했지만, 빗물에 이면도로도 금세 잠겼다.

실종자 가족에 따르면 남매는 시동이 꺼지자 차에서 나와 인근 건물에서 비를 피했다. 차는 물에 떠내려가다 맨홀로부터 약 5m 떨어진 곳에 멈췄다. 남매가 실종 전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는 견인차를 부른 정황이 담겨 있다. 몇 시간 기다려 어느 정도 물이 빠졌다고 생각한 A씨가 차로 다가가다 갑자기 땅 아래로 사라졌다. 뚜껑이 열린 맨홀을 보지 못한 거였다. 누나를 구하려고 다가선 B씨도 함께 맨홀 속으로 빨려들었다. 이를 본 행인들이 119에 신고한 게 오후 10시49분이다.

지난 9일에 이어 10일에도 서울119특수구조단이 수색에 나섰다. 실종자 가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수색 현장을 지켰다. 수로 하류(강남역) 방향으로 길을 따라 맨홀 뚜껑을 하나씩 열어 내부를 확인하고, 잠수부가 진입해 수색했다. 남매가 빠진 맨홀 아래 수로는 반포천을 거쳐 한강으로 흐른다. 이날 오후 3시쯤 실종 지점에서 좀 떨어진 인근 맨홀 안에서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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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우로 8~10일 사망 또는 실종된 사람은 16명으로 집계됐다. 주택·상가 침수 피해는 3600동을 넘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기준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서울 6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6명(서울 3명·경기 3명), 부상 19명(경기)이다. 전날(9일)보다 사망자 1명, 부상자 4명이 늘었다.

이재민은 570세대 723명으로 늘었다. 호우 피해가 큰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다. 중대본은 이재민에게 텐트와 응급구호·방역세트, 모포·담요 등과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산사태 위험 등으로 일시적으로 대피한 경우는 1434세대 3426명으로, 주민센터나 주변 학교 등 임시시설에서 지낸다. 주택·상가 침수는 3716동인데, 대부분 서울(3453건)이다.

한편 정체전선(장마전선)은 10일 충청권에 머물면서 200㎜ 넘는 집중호우를 쏟아냈다. 충북 제천이 216.5㎜, 대전(장동)이 166.5㎜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대전과 세종, 충청 대부분 지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12일까지 충청과 경북 북부 내륙, 전북에 80~200㎜, 많은 곳은 250㎜ 이상의 집중호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남쪽으로 내려갔던 정체전선이 10일 밤부터 다시 북상하면서 서울과 인천, 경기 남부 지역은 12일까지 20~80㎜의 비가 내리겠다. 특히 비구름대가 머무르는 경기 남부는 120㎜ 이상 많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반도에 걸친 정체전선은 이후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12일께 소멸할 전망이다. 하지만 주말 이후 새 정체전선이 발생해 한반도로 접근하는 다음 주 또다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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