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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한 반지하의 비극…침수위험지도는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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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침수 위험’이 예고된 지역에 실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여성이 숨진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택도 침수 위험도가 높다고 분석된 지역에 있었다.

10일 환경부가 제공하는 홍수위험지도 정보시스템의 ‘내수침수위험지도’를 분석한 결과, 인명 사고 등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지점들이 실제 침수 위험이 높다고 경고한 곳과 겹쳤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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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침수위험지도란 이번 폭우와 같은 극한 강우 조건에서 빗물 펌프장과 빗물 저류조 등 우수배제시설이 용량을 초과하거나 고장 났을 때 발생 가능한 가상의 침수 범위를 나타낸 지도다.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과 깊이를 색상별로 보여준다.

지난 8일 밤 50대 여성 A씨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택 역시 지도상으로 침수 위험도가 높다고 나타난 곳과 일치했다. 당시 A씨의 어머니는 반려견과 함께 빠져나왔지만, 뒤따라 나오던 A씨는 불어난 물에 갇혀 탈출하지 못했고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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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사거리 일대도 침수 위험도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특히 서초동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는 침수심이 2~5m에 이를 정도로 침수 위험도가 높다. 실제 8일 밤에도 이 도로 전체가 침수되면서 차량이 물에 잠기고, 도로에 고립된 차들이 뒤엉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인근 상가에서도 침수와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지도상으로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 걸쳐 침수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지역이 많았는데, 이 일대에 집중적으로 폭우가 내리면서 비 피해를 키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부터 10일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서초구가 486㎜, 강남구는 454㎜를 기록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부터 최악의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홍수 시 가상의 최대 범람 범위를 산정한 홍수위험지도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간 홍수위험지도는 지방자치단체에만 배포됐고, 일반 시민들은 해당 지자체에 직접 방문해야 열람할 수 있었다.

이후 하천 범람에 의한 침수 예상 지역과 피해 범위, 예상 침수 깊이 등을 표시한 홍수위험지도의 경우 서울 모든 지역에 걸쳐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폭우처럼 빗물처리시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비가 갑자기 쏟아졌을 때 피해가 예상되는 내수침수위험도를 보여주는 지도는 대부분 지역이 미공개된 상태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7곳만 지도가 공개됐다.

일가족 3명이 반지하에 갇혀 숨진 관악구 신림동 역시 침수위험지도가 제작되지 않아 침수 위험도를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하천홍수위험지도를 먼저 제작해 공개했고, 내수침수위험지도는 지금 제작 중”이라며 “제작되는 대로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험 지도 등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위험 지역에 대해 사전 대비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은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정부와 지자체는 집중호우가 지속되면 취약지역의 노후 반지하 공간이 어느 정도나 침수될지 재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침수에 미리 대비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대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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