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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0주년 기념사진, 아니 그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1호 21면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조선시대 사가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양반가의 특별한 순간들
박정혜 지음
혜화1117

서울의 무반 집안 출신 이학무는 1848년 회혼, 즉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집에서 다시 혼례를 올렸다. 음식이 차려진 혼례 상과 부부 주변으로 사람들이 둘러섰다. 다른 쪽 마당에는 그늘막 아래 병풍 앞에 앉은 이들이, 또 다른 마당에는 나무에 매인 말과 마구간이 보인다. 예일대 도서관이 소장한 ‘요화노인회근연도’에 담긴 모습이다.

요즘 사람들이 결혼식, 회갑연, 동기 모임 등에서 기념사진을 찍듯 조선 시대 양반들은 기념 그림을 만들어 남겼다. 미술사학자인 저자는 여러 소장처를 다니며 20여년 전부터 진행한 연구를 700쪽 넘는 책 한 권에 집대성했다.

부모의 만수무강을 축하하는 경수연도, 과거 급제 등 동기 모임을 그린 방회도, 관직에 올라 근무지에 부임하는 모습을 담은 행렬도, 첫돌부터 결혼·과거급제·회혼 등 인생의 주요 대목을 10폭의 병풍으로 만든 평생도 등 책에 실린 풍부한 도판이 단연 눈길을 끈다. ‘풍산김씨세전서화첩’처럼 집안의 여러 인물을 아우른 경우도 있다. 15세기 후반부터 250여년, 10대에 걸쳐 19명의 행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했다.

왕실만 아니라 양반가의 풍부한 기록화 전통을, 여기에 담긴 생활사와 가치관의 면면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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