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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월드컵 세대’ 유권자 분석]양극화·불평등 심화 시기에 성장…결과보다 공정한 경쟁·기회 원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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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호 09면

SPECIAL REPORT 

최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대남’과 ‘이대녀’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표심이었다. 여야 모두 MZ세대의 유권자 마음 잡기에 애를 먹었다. 그중에서 올 대선에서 첫 투표를 한 세대는 흔히 포스트 월드컵 세대로, 코로나 학번으로 불린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보여주듯이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경제와 소비 가치관, 사회 관념, 안보의식 등에서 기성세대와 매우 다른 성향을 드러낸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짊어질 주역인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어떤 세대이며 이들을 우리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월드컵 세대가 성장한 2000년대와 2010년대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2000년대와 2010년대는 경제적 규모 면에서는 상당히 안정된 시기이다. 그러나 리먼 사태 전후로 나타난 양적 경제성장의 한계는 세계 경제학자들이 고민하는 화두였으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문제가 심화하기 시작했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안정되었으며 현재 40~50대의 기성세대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고학력의 세대로 급격히 자리 잡았다. 그런데 저학력자가 아닌 고학력자가 진보적 성향을 지니게 되면서 진보정당은 더욱 보수화가 되고 기존의 보수정당은 엘리트층을 대변하게 되었다. 즉, 정치적으로 양극화되면서 점차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이 시기부터 최근까지 디지털 기술은 거듭 발전하여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하였으며 개인 중심의 네트워크와 미디어는 급속한 발달을 이룩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첫째, 경제와 교육제도가 외적으로 가장 안정되어 이들의 문해 능력과 인지능력은 어느 세대보다도 뛰어나다. 둘째, 높은 인지능력과 디지털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 선택과 집중이 습관화되어 있어 미래의 불확실성은 포기하고 현재의 가치판단에 매우 민감하다. 셋째,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태동과 심화를 현재까지 겪고 있어 공정한 경쟁, 사회계층의 이동성에 대단히 관심도가 높다. 넷째, 디지털기기와 미디어에 매우 익숙하며 저출산의 세대로 공동체의 가치관보다 자기애가 강하다. 자기중심적 가치관이 익숙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만큼 본인 자신도 피해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도 강하다. 외교·안보에 대한 인식도 상당한 특징을 갖는데, 기성세대가 가져온 반일과 반미의식보다 미세먼지나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혐오감이 더 심하다. 특히 공정의식과 이와 같은 개인적 성향이 합쳐서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서 나타난 불공정한 판정에 이들 세대는 더욱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북한도 통일의 대상보다는 성가신 이웃 정도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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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민 통합정부라고 명명한 새 정부는 이들의 표심과 마음을 잡기 위해서 이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정책적 접근을 해야 할까? 우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인 진보정당의 보수화에 대한 대안으로 이들 세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미 40~50대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보수화 경향을 급격히 되돌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 정치상 이들의 대의제 공천이나 제도적 정치참여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월드컵 세대를 포함한 젊은 층의 특성을 이해한 정책개발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이들을 대변하는 정책개발은 그들의 가치관과 접목되지 않고 기존의 정책을 레토릭한 언어로 포장하는 것에 그쳐온 것이 사실이다. 정책개발의 핵심은 바로 이들 세대가 원하는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포스트 월드컵 세대에 대한 공정은 값싼 비용의 할당정책, 복지지원 정책으로 기존의 문제를 누더기처럼 보완하는 것에 그쳐왔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 공정과 거리가 멀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결과의 공정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선택을 할 기회를 더욱 원한다. 오히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할당정책과 규제정책, 사회 복지적 접근의 계층지원정책은 이들의 원하는 공정보다는 이들 간의 갈등과 양극화된 불합리한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에 더하여 새 정부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큰 정책의 실천을 지양해야 하며 작은 정책부터 이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선택과 집중의 습관화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충실한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판단하기보다는 즉각적인 선택과 결정이 가능한 세대다. 따라서 새 정부가 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경제적 권리, 사법제도, 공정한 경쟁제도의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다 보면 기존 제도와 갈등과 교착은 필수적이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우리 사회 그리고 포스트 월드컵 세대가 체감하는 작은 정책부터 공정성을 확보해 가면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틀의 공정성이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최용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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