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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월드컵 세대’ 유권자 분석]이념보다 실용, 포스트 월드컵 세대 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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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호 01면

SPECIAL REPORT 

지난 대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18세 학생 유권자들. [뉴시스]

지난 대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한 18세 학생 유권자들. [뉴시스]

2002년 여름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 4강의 기억은 이들에겐 없다. 한국전쟁이나 서울올림픽처럼 사진 속에 남은 역사일 뿐이다. 민주화의 열정, 외환위기의 절망도 직접 겪어본 적이 없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시민으로 자라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광장의 열기보다 스마트폰 속 커뮤니티에 더 익숙한 ‘포스트 월드컵 세대’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중앙SUNDAY는 새내기 유권자 218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조사 결과 지난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정한 가장 큰 요인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문제, 정치 개혁, 이념과 지지 정당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집값, 남녀갈등, 일자리 등을 제시했다. 여야 후보에게 고루 표를 던져 젊을수록 진보적이라는 공식에서도 벗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월간중앙이 국민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차기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로 부패 척결, 양극화 해소, 정치 개혁 등을 먼저 꼽았다. 또 대장동 재수사(86%)와 정치 개혁을 위한 586세대 퇴진(71%)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같은 차이는 현실을 기반으로 실용적으로 사고하는 새내기 유권자들의 특성을 보여준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0대 초반 유권자는 기존의 진보·보수의 틀이 아니라 실제 정책이 내 삶에 끼치는 영향에 따라 평가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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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온건하고 실용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는 유지하되 차별을 없애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국민연금은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자는 의견과 덜 받자는 응답이 비교적 고르게 나왔다. 60세 정년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연장(49%) 또는 유지(32%)를 택했다.

연금을 불신하고, 나이 많은 직장인들이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고정관념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젊은 세대는 이념의 잣대로 맞고 틀리고를 판단하지 않고, 기성세대보다 훨씬 현실 지향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을 한다”며 “새 정부가 연금·정년·비정규직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 지레 세대간 갈등을 당연시해서 합리적 개혁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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