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4일 오후 전남대학교 사전투표소에서 학생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장정필 객원기자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유 중 하나가 여성가족부 폐지입니다. 현재 제 기능을 못하고 있잖아요.” (이모씨·23·남)
“여가부를 폐지한다니, 윤석열 후보에게 나라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고 생각했어요.”(김규리씨·22·여)
윤석열 당선인은 새내기 유권자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중앙SUNDAY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한 ‘포스트 월드컵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윤 당선인의 공약과 비교 분석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이번 대선에서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지지 후보를 정한 가장 큰 요인으로 ‘여가부 폐지 등 젠더문제(21.1%)’를 꼽았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4일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며 “더 효과적인 정부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성별로 나눠 물어본 결과 차이가 드러났다. 남성 응답자의 26.8%가 ‘여가부 폐지와 젠더 문제’를 지지 후보를 정한 가장 큰 요인 1위로 꼽은 반면, 여성 응답자는 동일한 문항을 2위(16.5%)로 선택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은 20대 남성이 지지하고, 20대 여성은 반대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윤 당선인 측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추진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민연금에 나가는 돈이 당장은 아까울 순 있겠지만. 제대로 사용되고 있고, 우리 세대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이주희씨·25·여)
윤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연금 등에 대해 ‘세대 공평 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든 세대가 부담을 나눠 가지는 연금개혁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노후 세대의 소득대체율이 40%로 하락한 점과 앞으로 2030세대의 연금 부담률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고령화로 인해 청년 세대는 돈만 내고 향후 연금은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했다.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지급 개시 연령을 늦추는 대신 더 내고 덜 받는’ 고통 분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청년세대는 당장 나에게 이익이 된다고 해서 그 정책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여겨져야 지지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0대는 보조금·연금 등 어느 한 정책만을 보고 판단하지 않고 그 정책이 자신의 삶, 즉 직업→주거→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라이프 사이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병역
“모병제로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지원이 더 필요해요.”(문모씨·19·여)
“여성도 징병해서 평등하게 병역 의무를 져야 해요. 단, 병역 기간은 차이를 둬야 합니다.”(박모씨·25·남)
인구 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우려에 대해 포스트 월드컵 세대는 여성 징병과 모병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 당선인은 확실하게 징병제·모병제를 공약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병제로 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안철수 인수위위원장은 대선 공약으로 징병제를 유지하되 전문부사관은 늘리고 일반병은 줄이는 ‘준모병제’를 내세웠다. 윤 당선인은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 수준인 월 200만으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김호기 교수는 “20대 남성들은 남녀 불평등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인식하며, 병역 문제를 상대적으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젊은 세대가 자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병역에 대한 20대 남녀의 이견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젊은 세대는 협상과 제재라는 ‘당근과 채찍’을 고루 선택했다. 윤 당선인은 비핵화를 우선 달성한 뒤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공약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2000년대 전후 태생은 한국을 선진강국으로 생각하며 자란 세대”라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북한과의 통일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