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 초안도 삐걱…"러, 회담 하면서 軍재정비 시간 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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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15개 항목의 합의 초안을 만드는 등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보도에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러시아 측 제안만 반영된 것”이라고 이를 일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지방정부 지원책 논의 화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크렘린궁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지방정부 지원책 논의 화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크렘린궁 제공]

4차 평화협상 사흘째인 이날 우크라이나 측 협상단 대표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이들이 말하는 초안은 러시아의 입장만 반영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안 진전 소식을 전한 것을 부인하는 발언이다. FT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외국 무기 배치 불가 등을 조건으로 한 러시아군 철수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논의 중인 15개 항목을 통해 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관련 회담에서 (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지만, 철군을 말하는 러시아의 진정성에 의심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며 “러시아군이 영구적으로 철수하진 않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제정치 연구 기관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선임연구원은 “과연 합의된 해결책이 나올지 회의적”이라며 “러시아는 전장에서 협상 카드를 늘리려고 할 뿐만 아니라, 전쟁터에서 승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전쟁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가 평화회담을 핑계로 군대 재정비를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로이터=뉴스1]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 [로이터=뉴스1]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으며, 현 상황 타개를 위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이날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 제재 속 지방정부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면서 “서방이 러시아에 다른 선택지를 남기지 않으며 시작된 작전은 계획에 따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러시아군의 활동은 우크라이나 점령과는 상관없고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원칙적 문제인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 확보와 탈군사화‧탈나치화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미 국방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에게 “러시아 군대가 전반적으로 키이우 인근 30㎞ 지점에서 발이 묶인 상태”라며 “어떤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번 전쟁으로 최소 7000명의 러시아군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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