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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10만명 양성, 기금 50조 조성…반도체 더 키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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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Y노믹스 해부] 산업정책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1월 전지 강소기업인 클로버를 방문해 전기차 등에 쓰이는 2차전지 제조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1월 전지 강소기업인 클로버를 방문해 전기차 등에 쓰이는 2차전지 제조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정부의 개입으로, 공무원의 명령과 지시로 ‘경제 강국’을 만들 수 없습니다.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만이 우리 경제의 살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2021 중앙포럼’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말이다. 민간기업이 국가 경제를 살찌울 주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주요 경제단체를 잇달아 방문하며 자신의 기업관과 경제정책 관련 청사진을 제시했다. 윤 당선인이 가장 강조한 정책은 일자리 만들기다. ‘2021 중앙포럼’에서도 그는 “가장 좋은 복지는 일자리다. 일자리는 정부 존재 이유의 시작이자 종착점”이라며 “일자리를 국정 운영 중심에 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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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와의 만남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중요성을 꾸준히 역설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근로자가 행복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완화, 제도적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만나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모든 사회적 갈등과 문제가 야기된다. 성장 없이는 일자리가 나올 수 없다”며 “양질의 직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규제 개혁에 힘쓰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규제개혁 의지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지난해 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그는 “기업의 적극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제거해 의사결정 과정의 안정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뜻도 여러 차례 밝혔다.

윤 당선인의 기업관 못지않게 그가 내놓은 산업 분야 공약에도 관심이 모인다.

우선 주목할 대목은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관련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1월 말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를 중심으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한·미 동맹을) 반도체·배터·인공지능(AI)·바이오·6세대통신(6G)·원전·우주항공 등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효성 있는 반도체 산업 지원도 약속했다.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반도체 관련 학과 학생·교수 정원을 확대해 반도체 인력 1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미래차와 AI, 6G,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반도체 산업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한양대 교수)은 “대만은 연간 1만 명, 중국은 20만 명의 반도체 인력이 배출된다”며 “한국도 반도체학과 학부·석·박사 정원 확대와 신·증설 등을 통해 즉시 현장 투입이 가능한 반도체 인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공식 공약집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은 50조원 이상의 반도체 기금 조성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정부 선출자, 민간 공동 출자로 기금을 조성해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해선 청와대가 직접 관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 안보실이 군사 안보뿐 아니라 경제 안보까지 챙길 것”이라며 “기업 공급망을 점검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문제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윤 당선인은 미래차, 배터리,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R&D·세제 지원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 확대도 공약했다. 또한 원자력·배터리와 태양광·수소 분야를 글로벌 ‘톱3’ 수준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한 디스플레이·배터리 등 5대 초격차 과학기술분야 집중 육성 공약도 차기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윤 당선인이 검사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과거도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 윤 당선인과 재계 1·2·3위 그룹의 총수는 모두 나름의 인연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때 수사를 맡으면서 인 연이 생겼다. 2006년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구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의 경우 2012년 최 회장이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을 당시 윤 당선인이 관련 사건의 공소 유지를 담당했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크다. 한 재계 인사는 “윤 당선인이 어렸을 때부터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읽는 등 보수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인 것 같아 문재인 정부 때보다 규제를 개혁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거라 생각한다”며 “적당한 기회에 기업인들과 만나고 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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