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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양도세 없애고, 개미 울리는 물적분할 요건 강화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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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Y노믹스 해부] 금융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며 금융 정책도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서 강도 높게 조였던 담보인정비율(LTV) 완화가 대표적이다. 주식시장과 암호화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보호도 강화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물적 분할 상장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LTV를 80%로, 1주택 실수요자도 LTV를 70%까지 완화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다주택자의 경우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등을 둔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이하 주택에 LTV 40%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DSR 규제 대상이 되면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윤 당선인의 선거대책본부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던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DSR 규제를 유지하고 LTV 규제를 완화하면 건전성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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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 공시 제도도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다. 대출금리 상승이 가파른 데다, 코로나19로 서민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이자 장사’로 과도한 이익을 본다는 비판 여론 속에 나왔다. 지난 1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4%포인트로 2019년 7월(2.24%포인트)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정부가 예대금리차에 무리하게 개입하는 관치 금융 우려도 있다.

청년층의 재산형성을 돕는 ‘청년도약계좌’도 도입될 전망이다. 가입자가 매달 70만원 한도로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월 10만~40만원씩 저축장려금을 지급해 10년 만기 때 1억원을 만들어주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내놓아 많은 청년층이 가입을 신청한 ‘청년희망적금’과 유사한 상품이다.

자본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 지원을 확대한다. 대표 공약은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을 팔 때 거둔 수익에 내는 세금인데, 현재는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20~30%의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주식·채권·펀드 등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거둔 모든 투자자로 과세 대상이 확대된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르면 연간 5000만원 이상 번 투자자와 대주주 모두가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논란이 됐던 물적 분할 상장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최근 일부 기업에서 핵심 신산업을 분할하는 결정을 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많은 투자자가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주식 물적 분할 요건을 강화하고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제도 개편이 진행될 수 있다. 물적 분할 후 별도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공매도에 대해서는 공매도 금지 대신 제도 개선으로 접근한다. 불법 공매도를 주가 조작 수준에 처벌하고, 주가 하락이 과도할 때 자동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공매도 서킷 브레이커’ 도입도 검토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제도화와 규제 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부가 시장을 억누르기보다 제대로 된 시장을 만들고 거래 규칙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금융감독체계를 비롯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 부처 개편의 경우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하는 만큼, 여소야대 상황에서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대선 정책본부 부본부장이었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 체계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며 “법을 바꾸지 않고 미세조정을 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금융 분야 공약 중 법 개정이 필요한 항목은 현실화까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식양도세 폐지 등의 세금 관련 분야와 정부 조직개편 등은 여소야대 국면 속에서 법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LTV 완화 등은 법 개정이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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