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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터샷 50%에도 9만명 확진…英 "자영업자 줄도산 위기"

중앙일보

입력

영국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부활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내년 1월을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무너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나흘 연속 9만 명 안팎을 기록해 강력한 봉쇄 조치가 되살아날 조짐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BBC 등에 따르면 영국의 소매업, 외식업, 여행업 등 10만 사업주들은 단체 명의로 리시 수낙 재무장관에게 코로나19 긴급재정 지원 요청 서한을 보냈다.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코로나19 방역 ‘플랜B’(예비 대응책)의 직격탄을 맞았다면서다. 영국 정부는 방역 강화에 따라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한편, 나이트클럽 등 실내 시설 출입에 백신 패스(2회 접종 완료 증명)를 적용하고 있다.

펍과 레스토랑 등은 손님 수 급감으로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70~80% 감소했다. 연말 단체 예약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런던 전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요식업체 가우초(Gaucho)는 지난 2주 동안 2만 건 이상의 예약이 취소됐다. 이는 12월 예약의 약 40%다. 한 펍 체인점은 일주일 사이 점포 20곳을 닫았다. 펍 체인 사업자 씨리브 왓슨은 “30년 넘게 외식업에 몸담았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게 문을 닫기는 처음”이라며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건 현금 부족이다. 1년 매출의 40~50%를 버는 연말 성수기에 영업 차질을 빚으며 인건비·임대료·각종 세금 결제 길이 막혔다. 런던의 환대 서비스업 로비 단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임대료 규모가 총 15억 파운드(약 2조 36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자영업자들은 재택근무 권고 수준으로도 이처럼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더 강력한 영업 제한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영업 단체 대표 닉 매켄지는 “영업시간 제한 등이 내려질 경우 식당 한 곳마다 평균 5000파운드(약 800만 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원 없이 영업 규제를 내리면 2~3주 안에 대량 해고와 줄 파산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레그 스미스 보수당 의원도 새로운 방역 규제는 “공황 상태를 만들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더는 나라 빚이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지만, 지금 이들을 지원하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실외 레스토랑이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실외 레스토랑이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 영국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9만1743명으로 지난 17일(9만2285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미크론 신규 감염자도 8044명에 달했다. 누적 오미크론 감염자는 4만5145명이다. 영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추세다. 전날 기준 3차 접종 완료자는 12세 이상 인구의 50.4%를 기록했고, 백신 1차 접종률도 90%에 육박했다.

영국 정부는 부스터샷 확대에도 확산세가 이어지자 지난 7월 내려진 ‘자유의 날’ 이전 수준의 방역 규제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보리스 존슨 총리는 내각 회의 후 추가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런던에서 입원율이 급증하는 등 상황이 매우 어렵다. 모두를 보호하고 오미크론을 통제하기 위해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규제를 시행하면 펍과 레스토랑은 야외에서만 운영이 가능하고, 실내 모임은 금지된다. 또한 실외 모임은 최대 6인만 가능해진다. 존슨 총리는 영업 제한으로 고충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재정 지원 방안은 발표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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