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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중 관저 '와인파티' 딱 걸렸다…英총리 '내로남불' 연일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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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5월 총리 관저에서 와인파티를 하는 모습. [가디언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5월 총리 관저에서 와인파티를 하는 모습. [가디언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국적인 봉쇄를 시행하던 지난해 5월 관저에서 측근들과 와인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관련 의혹을 계속 부인해 온 존슨 총리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지난해 5월 15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정원에서 측근들과 와인 파티를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존슨 총리는 아내 캐리 여사, 측근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과 함께 테이블에 와인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테이블과 인접한 또 다른 테이블에서도 네 명이 앉아 와인을 마시고, 관저 잔디밭에선 와인 등이 놓인 테이블을 둘러싸고 9명이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는 영국에서 코로나19가 거세게 확산해 첫 봉쇄 조치가 내려졌을 때였다. 강화된 방역 수칙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은 2명으로 제한하고, 실외에서도 최소 2m 거리 두기를 의무화했다. 직장에서 대면 접촉은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해 허용하던 상황이다.

앞서 이처럼 총리 관저에서 방역 수칙을 어긴 와인 모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일자 총리실은 이를 부인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여름엔 업무 회의가 다우닝가 정원에서 종종 열리기도 한다"며 "당시엔 총리실 기자회견 이후 직원 회의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가디언은 총리실이 이같은 해명을 내놓은 직후 사진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가디언은 "이 사진은 총리실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총리 관저 테라스와 잔디밭에 19명이 모여 거리 두기도 하지 않은 채 와인을 즐겼다"고 지적했다.

앤절라 레이너 영국 노동당 부대표는 "대중의 뺨을 때린 격"이라며 "총리는 계속해서 자신이 내 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은 최근에야 겨우 하루에 한 번 산책을 할 수 있게 됐는데, 총리는 관저에서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영국 총리실의 잇따른 파티 스캔들로 드러난 존슨 총리의 '방역 내로남불'이 지난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이 참패한 원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총리실은 봉쇄령이 내려진 지난해 12월에도 관저에서 40~50명이 모인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존슨 총리는 파티 스캔들 이외에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그는 런던 시장 재임 시절(2008~2016년) 미국인 사업가인 제니퍼 아큐리(34)와의 불륜 의혹에 휩싸였으며 지난해 총리 관저를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보수당의 후원자 데이비드 브라운로우로부터 5만 8000파운드(약 9100만원)를 불법으로 기부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존슨 총리의 리더십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주 영국 하원에선 존슨 총리의 강화된 방역 지침인 '플랜B' 관련 법안에 집권당인 보수당 의원 9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또 18일엔 브렉시트(Brexitㆍ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총괄해 온 존슨 총리의 핵심 측근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브렉시트 장관이 사퇴를 표명했다. 데일리메일은 이날 "프로스트경의 사퇴는 최근 정부 정책에 대한 환멸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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