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0만명 격리"…변이 무시하던 英 '우울한 성탄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의 모습.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거리에 북적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의 모습.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거리에 북적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영국에서 올해 크리스마스날 100만명 이상이 격리된 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영국 일간 더타임스)이 나왔다. 오미크론이 현재 추세대로 퍼진다고 가정할 때다.

영국은 16일(현지시간) 하루 확진자가 8만8376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전날 7만8610명에서 하루 만에 1만 명이 늘었다.

BBC는 "오미크론 감염이 이틀마다 배가 되고 있다"며 "(이 속도대로면) 크리스마스까지 64만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크리스마스를 상상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21일 영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석 달 만에 다시 5만 명을 돌파했을 당시에도 존슨 총리는 "현재로서는 플랜B를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플랜B는 강화된 방역 수칙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재택근무, 백신 여권 사용 등 규제 강화 조치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빠른 속도로 퍼지자 지난 8일에서야 '플랜B'를 도입했다.

英하원 "전염병 초기, 최악의 공중보건 실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영국은 굵직한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해온 나라다. 지난해 12월에는 전 세계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승인했고, 지난 7월에는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영국의 전략은 백신 접종률을 올린 다음 일상을 회복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본격 접종을 시작해 7월까지 1차 접종률을 70%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플랜A'를 실행하는 '위드 코로나'에 진입했다. 실내 환기, 공공장소에서의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이 권고됐다.

하지만 이런 위드코로나 속도전에서 간과했던 게 '변이 바이러스'다. 인도를 강타한 델타 변이가 영국에 상륙하면서 여름부터 감염자가 늘기 시작했지만 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지난 7월 1200명의 전 세계 과학자들은 "영국의 규제 완화가 백신에 내성이 있는 변이들이 나올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며 국제의학 학술지 랜싯에 서한을 보냈다. 특히 마스크의 감염 차단 효과가 명백한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 완화 조치가 재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 하원 '건강 및 사회복지 과학기술 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지난 10월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영국이 전염병 초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최악의 공중 보건 실패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첫 번째 봉쇄가 지연되면서 수천 명의 생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됐다.

"크리스마스 파티 논란 덮으려 플랜B 발표"

결국 영국은 오미크론이 터지고서야 '플랜B'를 가동했다. 그나마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지난해 크리스마스 파티 논란이 터지면서 플랜B를 발표해 '스캔들을 덮으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봉쇄 기간 당시 방역 수칙을 어기고 보좌진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정치적 곤경에 처한 상태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 파티 소식에 특히 분노하고 있다고 영국 매체들은 전했다.

영국 여왕을 비롯한 영국 국민들은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을 속속 취소하고 있다. 15일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에 퍼지면서 전통적으로 지켜온 왕실의 크리스마스 기념 점심을 취소했다. 런던 중심부 식당가에서 크리스마스 식사 예약 취소는 지난 한 주간 25% 급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