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변호사보다 더 버는 변리사…국세청, 법 바꿔 탈세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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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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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변리사(특허 전문 변호사)의 체계적인 사업소득 집계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 우선 변리사들이 대한변리사회에 매년 수임 실적을 보고하도록 변리사법을 개정하고, 보고한 수임 실적을 국세청이 과세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과세자료제출법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변호사·회계사·세무사 등 다른 전문직은 모두 이런 형태로 법이 마련돼 있다. 형평성에 맞게 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취지다.

변리사 업무 실적, 왜 파악 못 하나? 

21일 국세청이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에 제출한 '고소득 전문직 탈세 근절을 위한 공정과세 방안'에 따르면 현행 법령에는 변리사들이 업무 실적 내역서를 작성해서 보관하고, 이를 대한변리사회에 제출하는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변호사·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성에 맞게 업무 실적 자료를 세무당국이 파악할 수 있도록 변리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변리사는 현재 법인 소속을 제외한 개인사업자만 1066명(2017년 기준)에 달한다. 1인당 연간 사업소득은 4억1200만원으로 전문직 가운데 의사(7억8100만원) 다음으로 많다. 변호사(3억8700만원)·회계사(3억2900만원)도 변리사 연 소득에는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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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다른 전문직의 경우 국세청은 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사업자 전체 사건수임 실적과 실제 신고한 소득, 납부한 세금 등 내부 과세 데이터를 대조해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변리사에 대해서는 수임 실적을 집계한 자료가 없다 보니, 세무 검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만약 변리사가 고객과 짜고 사건 수임 사실을 일부러 누락한 뒤 현금으로 거래하면, 세무당국 입장에선 과세 자료 자체가 없어 검증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세청 "고소득 전문직 탈세 엄단" 

전문직 등 고소득 사업자 세무조사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직 등 고소득 사업자 세무조사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동안 변리사에만 유독 업무 실적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지 못한 이유는 관련 법령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이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산자위가 세제까지는 관할하지 않다 보니 입법 우선순위에서 밀려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세청은 소관 상임위원회는 아니더라도, 산자위 등에 관련 입법을 적극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다. 변리사법 개정은 다른 전문직과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변리사들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초부터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의 탈세를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결과, 누락소득 적출률(전체 소득 중 누락한 소득을 파악한 비율)은 2018년 53.4%에서 지난해 47.6%로 떨어졌다. 국세청은 제출 자료에서 "일부 고소득 사업자가 과세 인프라의 '빈틈'을 악용해 탈세하면, (사회 전반의) 성실 납세 의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전문직의 악의적 탈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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