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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새 확진자 200명…수도권 다시 거리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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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물류센터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속화하면서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53일 만에 가장 많은 79명으로 폭증했다. 특히 최근 열흘 동안 발생한 확진자의 89%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돼 수도권 중심의 ‘2차 대유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경북 중심의 1차 대유행 때보다 파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수준의 고강도 방역 지침을 내놓았다.

물류센터발 감염 96명으로 늘어 #“작업장 모자·신발서 바이러스” #정부, 모임·학원수업 자제 권고 #미술관·박물관·공원 문 닫기로 #구리시 “다른 지역 사는 사람들 #우리 지역서 모임·집회 금지”

중앙일보가 2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일일 정례 브리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28일 지역(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224명) 중 89%(200명)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였다.

28일 0시 기준 지역 발생 일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68명 중에서도 수도권 거주자는 65명으로 절대다수였다. 해외 유입 확진자 11명을 더한 이날의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는 79명으로, 지난달 5일(81명) 이후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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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폭증한 가장 큰 원인은 빠르게 번지고 있는 물류센터발 집단감염이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96명으로 전날(69명)보다 27명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인천 39명, 경기 38명, 서울 19명이었다.

전날 마켓컬리의 서울 송파구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에도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쿠팡 고양물류센터와 경기도 광주시의 현대그린푸드 경인센터에서도 한 명씩의 확진자가 나왔다. 쿠팡 고양물류센터 직원은 부천물류센터 근무자와 접촉했고, 현대그린푸드 근로자는 지난 12~17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단기로 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공용 모자와 신발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돼 확진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쓰는 모자, 작업장에서 신는 신발 등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대본의 한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모자는 안전모이고 신발은 실내 작업화였다”며 “작업장 모자와 신발은 근로자들이 공용으로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들이 콜센터 등 다른 곳으로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경우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물류센터의 일용직 등 단기 근로자 중에는 이른바 ‘투잡’을 가진 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인천시 부평구 한 콜센터의 48세 여성 직원은 지난 23일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직원의 접촉자인 동료 직원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콜센터는 폐쇄됐다.

등교 중단 학교 838곳으로 늘어…여의도 학원서도 학생 2명 확진

전날에도 쿠팡 부천물류센터와 부천시 중동 유베이스타워 건물 7층 콜센터에서 동시에 근무한 근로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베이스 콜센터는 1600여 명이 근무하는 대형 콜센터라 추가 확진 가능성이 큰 상태다.

콜센터와 유사한 구조의 전화영업을 해 온 서울 중구 충정로 센트럴플레이스 건물 7층 KB생명보험에서도 확진자가 하루 사이에 1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서울에서는 지난 3월 서울 구로구의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와 총 169명이 집단으로 감염된 바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2차 등교개학 이틀째인 28일 오전 10시 현재 전체 학교(2만902개)의 4%에 해당하는 838개 학교가 등교를 중단했다. 전날보다 277개 늘어난 수치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이와 관련해 “등교수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상황이 더 엄중한 지역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유연하게 재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도권 교육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등교개학 일정 조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학원에서 수강생인 10대 학생 두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여의도 학원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여의도의 다른 학원 강사와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등포구청은 이 학원이 있는 건물에 자리 잡은 다른 학원과 스터디카페, 독서실 등을 폐쇄하고 인근 6개 학교 주변을 방역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자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수도권에 한해 한층 강화된 방역지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29일 오후 6시부터 다음달 14일 자정까지 17일간 연수원·미술관·박물관·공원 등 수도권 내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수도권 지역의 유흥주점·노래연습장·학원·PC방 등에는 운영 자제 권고가 내려졌다. 정부는 가급적 외출과 모임, 행사를 자제할 것도 당부했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조치들이다.

실제 28일 신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이미 방역당국의 생활방역 전환 기준은 무너진 상태다. 방역당국은 지난 6일 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하면서 ‘감염경로 미확인 사례 5% 이내’와 ‘일평균 신규 확진자 50명 미만’을 전환 기준으로 제시했었다. 박 장관은 “앞으로 1~2주의 기간이 수도권 감염 확산을 막는데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부득이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환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쿠팡 부천물류센터에 대해 28일부터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금지 또는 시설폐쇄에 해당하는 조치다. 경기도 구리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외 거주자가 5명 이상 참석하는 시내 모임이나 집회를 금지하는 고강도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태윤·채혜선·심석용·김현예·황수연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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