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동날 김태년 “국회 제 역할해야” vs 주호영 “졸속 아닌 정속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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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오는 20일 열기로 합의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처리는 두 당의 원내수석부대표가 논의하기로 했다. 쟁점이었던 과거사법은 본회의에서 최대한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4일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공식 회동을 가졌다. 지난 9일 김 원내대표가 대구 빈소를 찾아 부친상을 치르는 주 원내대표를 위로한 적이 있지만, 공식 회동은 처음이다. 여야 사령탑의 만남은 덕담으로 시작됐다.

김태년=“(주 원내대표는) 매우 논리적이고 유연한 분이다.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
▶주호영=“존경하는 김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를 시작해 다행이다”

하지만 마냥 덕담만 오간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놓고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위기를 잘 극복하고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여야를 떠나 국민들이 국회가 든든하다고 생각하도록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발언이었다.

말없이 경청하던 주 원내대표는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신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쫓겨서 급하게 하다 보면 졸속으로 하게 될 수 있다. 졸속이 아닌 정속이 돼야 한다”고 뼈있는 답을 했다. 이날 회동 전 김 원내대표는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언급하며 “(21대 국회) 원 구성을 마친 즉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에 돌입해야 한다”고 했었다. 주 원내대표는 발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3차 추경이 왜 필요한지, 재원이 뭔지 다 보고 난 후 이야기할 것”이라고 일단 제동을 걸었다. 양당 원내대표의 24분간 대화가 끝난 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두 분이 신속하게 (향후)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첫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첫 회동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야가 본회의 일정을 합의하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방지’ 후속 법안, 예술인 고용보험법, 국민취업지원제도 관련법 등 법안 처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4·3사건 특별법’ 등 여야의 입장차가 있는 법안은 원내수석 협의에 따라 운명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은 1584건이다.

과거사법은 본회의 처리로 무게가 실렸지만 ‘피해자 배·보상 문제는 빼고’라는 단서가 붙었다. 배·보상 문제는 일단 제외하고, 과거사위원회부터 가동하는 방향으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단체 20곳 중 19곳이 배·보상에 상관없이 신속 처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과거사위 활동을 개시하고 필요하면 진상조사를 하자는 것”이라며 “배·보상 비용이 4조7000억원 정도다. 의무적으로 다 하면 범위가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고 말했다.

여야 이견이 상당한 원 구성 협상에는 진전이 없었다. 박 원내대변인은 “원 구성에 대해선 이야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법사위원장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까지 거론하는 만큼 당장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고 예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국회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4일 국회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 원내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곧바로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찾아갔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압승하고, 의석 여유도 많다”며 “상생해주면 적극 호응하겠다”고 말했다. 통합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압승”이란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 대표는 “원만한 협의로 21대 국회가 잘 출발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주호영 찾은 김무성=이날 김무성 통합당 의원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과 주 원내대표를 찾아 과거사법 처리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과거사법 처리의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주 국회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사건 피해자를 설득해 농성을 마치게 했고,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 여야 간사 합의도 끌어냈다. 김 의원은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배·보상 등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해결하겠다”고 했다.

손국희·김홍범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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