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점심 뒤 산책 늘어 “더워서 덴탈마스크 썼어요”

생활방역 전환에도 흡연 부스 폐쇄 로 흡연자들이 6일 종각역 인근 야외 흡연구역에 몰려 있다. 권혜림 기자

45일 동안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생활방역이 시작된 6일 전국 곳곳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임시 휴업한 공공시설 일부가 이날 운영을 재개했고, 거리 두기의 부담을 던 듯한 사람들의 나들이도 늘어났다. 하지만 생활방역 지침을 정확히 몰라 혼란스러워하거나 지침을 지키지 않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체육시설 “문 여나요” 문의 많아 #PC방 “발열체크 해야 하나” 혼선 #대구는 마스크 착용 엄격히 지켜 #지역사회 확진자 사흘 연속 0명

서울 명동 거리에는 점심 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산책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코로나19가 극성이던 시기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지하 식당가도 손님들로 붐볐다. 하지만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마스크를 벗는 손님들이 많았고, 좌석 간 간격도 좁아 아슬아슬해 보였다. 한 테이블에 붙어 앉은 8명의 동료는 어깨 간격이 30㎝가 채 되지 않았다.

서울 종각역 인근의 야외 흡연구역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좁은 공간에서 타인과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흡연 부스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도 흡연 직후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이동하거나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서울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8도까지 올라가자 마스크를 벗거나 가벼운 ‘덴탈마스크’를 쓴 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직장인 지모(33)씨는 “덴탈마스크는 그동안 동네 산책할 때나 썼는데 오늘은 출근길에 착용했다. 평소 땀이 많아 오늘 같은 날씨에 방역용 마스크를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재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들은 안전거리를 띄운 채 입장을 기다렸다. 김성룡 기자

전날까지 발열 체크와 고객 명단 작성을 했던 서울 종로구의 한 PC방은 이날 손님들의 체온을 재지 않았다. PC방 업주는 “구체적 지침을 받지 못해 체온을 계속 측정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구청에 자세한 지침을 물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5개 구 중 3개 구의 공공체육시설이 이날 문을 열었고, 도서관과 박물관도 운영을 재개했다. 하지만 장애인 재활 체육시설인 서구건강체련관은 정부나 지자체의 방침이 결정되지 않아 재개관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이 곳에는 이날 오전에만 개장 여부를 묻는 전화가 10여 통가량 걸려왔다. 행정복지센터의 주민자치프로그램도 고령 이용자가 많아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첫 실기수업을 시작한 조선이공대는 마스크를 써야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학교 정문과 건물 내부에서 두 차례 발열 여부를 체크한 뒤에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교수들은 “2m 거리를 두고 앉아달라”고 당부한 뒤 수업을 시작했다.

한때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대구에서는 이날도 생활방역 전환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대구시는 버스·지하철·택시 등 교통수단과 공공시설에서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지하철 반월당역 벽면에도 ‘마스크 반드시 착용’이라는 문구가 기재된 포스터가 연달아 붙어 있었다.

한편 6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2명 늘었지만 모두 해외 입국자였다. 이에 따라 국내 지역사회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사흘 연속 0명을 기록했다.

최은경·윤상언·권혜림 기자
대전·대구·광주=김방현·신진호·백경서·진창일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