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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크롬은 하는 '검색어 수집'···네이버 웨일은 못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가 개발한 브라우저 '웨일'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개발한 브라우저 '웨일'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브라우저(웨일) 사용자의 검색어 기록을 수집하려다가 하루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20일 네이버는 "사용자에게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어떤 변경도 추진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야?

-2월 19일 네이버는 "다음달 23일부터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 선택한 검색엔진 및 추천 검색어 등의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내용으로 개인정보보호 백서(규정)를 개정한다고 공지했다. 네이버가 밝힌 목적은 사용성 개편.
-공지 이후, 웨일 사용자들은 "네이버가 왜 내가 입력한 검색어를 수집하느냐"며 네이버에 항의했다.

뭐가 문제인데? 

-불친절했다. 네이버가 밝혔던 개정 사유는 "서비스 개선 목적의 데이터 내용 정비"가 전부였다.
-제보자 윤모씨는 20일 본지에 "공지 글의 제목은 '개인정보 보호'인데 내용을 보면 '왜 내 정보를 수집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어이가 없었다"며 "웨일 블로그에 달린 다른 댓글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5.98%. 2017년 출시된 웨일의 국내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이다. 신생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들은 정보기술(IT)에 밝은 '얼리어답터'가 많다. 아는 게 많은 만큼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편이다.
-영문 공지는 의심을 더 샀다. "'디바이스 아이디(모바일 기기 모델명)'를 수집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문 공지엔 없던 내용. 그런데도 디바이스 아이디가 뭔지, 왜 수집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결정타는 '통보식' 공지. 웨일 측은 "다음달 22일까지 별도 의견이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판단해 개정 내용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웨일이 지난 19일 올린 '검색어 수집' 공지. 하루만에 삭제됐다. [사진 웨일 블로그 캡처]

네이버 웨일이 지난 19일 올린 '검색어 수집' 공지. 하루만에 삭제됐다. [사진 웨일 블로그 캡처]

왜 취소했어?

-반대가 빗발치자 계획은 하루 만에 취소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성 개선(데이터 수집)보다 사용자들의 인식이 더 중요하다. 무리하게 강행했다가 사용자가 떠나버리면 의미가 없어 개정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웨일에겐 '집토끼'가 중요하다. 낮은 시장점유율이 첫번째 이유, 웨일이 사용자와 함께 키워온 브라우저라는 것이 두번째 이유다. 웨일은 사용자를 '연구원'이라고 부르며 서로 소통하고, 실제 개발에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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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의 입장은?

-네이버가 20일 올린 사과문에선 "웨일의 검색 기능(주소창에 검색해도 사용자가 원하는 사이트에서 검색되게 하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분석 데이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디바이스 아이디' 수집에 대해선 "해외엔 모바일 웨일 브라우저만 출시돼 있다. 기기별 해상도 등을 맞추기 위해서였고, 모델명으론 개인 식별이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나랑 무슨 상관인데?

-국내 브라우저 점유율 1위(55.7%)인 구글 크롬도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 검색엔진, 추천 검색어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크롬이 이런 기록을 수집하는 게 싫으면 '설정'에서 수집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
-크롬은 사용자의 방문 사이트, 방문 페이지의 텍스트·이미지, 비식별 처리한 개인정보 및 비밀번호, 다운로드 내역도 다 저장한다.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
-개인의 사용 내역이 저장돼 있다보니, 사용자들은 '크롬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런 면도 있는데

-기업은 '데이터 수집'을 브라우저나 검색엔진의 '일반적인 서비스 활동'이라고 본다. 데이터를 많이 모은 만큼, 쓰기도 편해지기 때문.
-그래서 웨일의 이번 수집 철회는 뼈아픈 선택일 수 있다. 2017년 3월(오픈베타 출시)부터 웨일을 사용했다는 남모(27)씨는 "사용자 편의를 고려하면 브라우저가 검색어를 수집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구글 등 해외 서비스는 다 데이터를 축적하는데 국내 서비스가 정보수집을 포기하면 서비스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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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답할 [팩플]을 시작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기사가 [팩플]입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를 씁니다. 빙빙 돌지 않습니다. 궁금해할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팩트없는 기사는 이제 그만, 팩트로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팩플]을 읽고 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준비하겠습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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