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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저커버그 "우리 페이스북 좀 규제해달라" 신문 호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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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17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17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했다. [AFP=연합뉴스]

“민주주의 근본 가치를 건드리는 결정을 일개 기업이 혼자서 내리면 안 된다. 선거, 유해 정보, 사생활,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신문에 직접 글을 써서 “우리(페이스북) 좀 규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개 석상에서 “소셜미디어도 콘텐트 내용에 책임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대체 왜?

무슨 일이야?

-2월 15일, 저커버그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소셜미디어의 책임은 신문사와 전화 통신사 사이 어디엔가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신문사처럼 게재된 내용 전부를 책임지지는 않지만, 통신사처럼 ‘전화 내용에 대한 책임을 왜 묻느냐’고 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콘텐트 모니터링을 위해 3만5000명을 고용했으며 매일 수백만 개의 가짜 계정을 삭제한다”고 말했다.

-이틀후, 2월 17일자 파이낸셜타임즈 ‘오피니언’ 란에 저커버그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거대 기술기업을 더 많이 규제해야 한다(Big Tech needs more regulation)’.
-기고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냐 규칙 강화냐, 열린 공간 제공이냐 데이터 보호냐 같은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날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명확하게 옳기만한 답은 거의 없다.”
“우리는 이미 유해 콘텐트를 걸러내는 규정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공개할 것이다.”
“EU가 국제 기구를 만들어서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공유받겠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개인 데이터'의 정의는 어디까지고, 그 결정은 누가 하나?”
“좋은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페이스북 사업에 해가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페이스북에게도 좋다”

핵심이 뭐야?

-기고문의 방점은 ‘개인정보와 유해 콘텐트에 관한 규제를 명확하게 만들어 달라’는 데 있다. 저커버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규제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엄격하기만 하면, 기업들은 규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틀어쥘 수밖에 없다.”
“규제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페이스북 데이터로 영업을 하는 수백만 소상공인들은 독자적으로 데이터 분석이나 마케팅을 할 수 없다” 섣부른 규제로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특히 정치 영역에서 모호함을 호소했다. 페이스북은 정치 광고에 대해서는 광고주가 누구이며 광고 단가가 얼마인지 공개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반문했다. “선거 기간에 비영리단체가 이민 정책에 관련된 광고를 페이스북에 게재한다면 그것은 ‘정치 광고’인가 아닌가? 그런 판단은 누가 내려주는가?”

이전에 무슨 일이?  

-EU는 '데이터 주권'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같은 미국 기업들이 유럽 소비자 개인정보로 사업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합뉴스]

-2018년 5월, EU 시민의 데이터를 EU 밖으로 가져가는 것을 규제하는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시행됐다.
-2019년 11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연설했다.
“너무 많은 유럽 기업이 자사의 모든 데이터를 미국 기업들에게 맡긴다. … 데이터에서 나오는 상품을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왜 지금 이러는 건데?

-2월 19일, EU는 IT 기업에 대한 규제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콘텐트 뿐 아니라 자율주행, 안면인식 같은 기술도 관련된다.
-애플ㆍ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이 EU의 결정을 주시한다. EU 집행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구글 CEO, 애플 부사장이 최근 다녀갔다. 저커버그도 현재 브뤼셀에 있다.
-EU 집행위원들은 “콘텐트에 대한 페이스북의 대응은 너무 느리고, 무책임하다”, “우리가 페이스북에 적응할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적응해야 한다”며 연일 강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나랑 관련 있나?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일에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이 논쟁은 국내에도 있다. 댓글·실검이 조작되지 않도록 포털 사업자가 막을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네이버ㆍ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은 “포털도 댓글 조작의 피해자인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공개적으로 반대한다.

더 알면 좋은 내용은 

-EU의 개인정보 규제 GDPR을 어긴 회사는 총 매출의 4%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EU 고객을 보유한 한국 쇼핑·게임 업체들도 해당된다. 이를 면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EU 정보보호 적정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 기한은 올해 5월까지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영국의 정치 컨설팅 업체에 유출한 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50억 달러 이상의 벌금을 받았다. 저커버그가 연일 ‘낮은 포복’을 취하는 배경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팩플, 팩트로 Flex

※"그래서, 팩트(fact)가 뭐야?"
이 질문에 답할 [팩플]을 시작합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한 기사가 [팩플]입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를 씁니다. 빙빙 돌지 않습니다. 궁금해할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팩트없는 기사는 이제 그만, 팩트로 플렉스(Flex)해버렸지 뭐야.' [팩플]을 읽고 나면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오게끔, 준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