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가 국어유치원 다녔나…영유 필수? 그게 착각인 이유

  • 카드 발행 일시2024.05.02

어렸을 때 미국에서 3년간 유치원을 다녔던 고등학생과 한국에서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중학생, 둘 중에 누가 더 영어를 잘할까요?

“영어, 조기교육이 필수냐”는 질문에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이렇게 되물었다. 어릴수록 외국어 습득에 유리하다는 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 이하 영유)이 성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릴 때 미국에서 3년간 살았던 학생이 영어를 더 잘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 교수의 답은 달랐다.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인터뷰했더니, 후자의 영어 실력이 더 뛰어났다는 것이다.

박정민 디자이너

박정민 디자이너

두 학생의 실력을 가른 건 지속성이었다. 전자의 경우 한국에 돌아온 후 영어 학습에 소홀했지만, 후자의 학생은 꾸준히 공부했다는 게 달랐다. 결국 영유도 꾸준한 학습이 이어지지 않으면 돈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이 교수는 외국어로서 영어 학습을 연구해 왔다. 초·중·고 영어 교과서 대표 저자로도 참여했고, 관련 책도 여러 권 썼다. 2014년 출간한 『당신의 영어는 왜 실패하는가?』에선 한국인들이 그렇게 공부하고도 정작 영어를 못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지난해 나온 『서울대 석학이 알려주는 자녀교육법: 영어』엔 영어 교육 고민에 대한 솔루션을 담았다. 그가 생각하는 조기 영어 교육의 효과와 부작용은 뭘까? 어떻게 해야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지난달 25일 그를 만나 물었다.

Intro  시기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다
Part 1 1만1680시간의 법칙 있다
Part 2 파닉스, 집착할 필요 없다
Part 3 원서, 온몸으로 읽어줘라

🔠1만1680시간의 법칙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해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1만1000명에게 물은 결과, 100명 중 16명(15.9%)은 만 4세 전에 영어 사교육을 시작했다. 이 시기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과목 역시 영어였다. 그 중심엔 단연 영유가 있을 것이다. 영어는 일찍 배울수록 효과적이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빠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야말로 영어 교육에 관한 가장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오해가 왜 생긴 건가요?
말을 배우는 데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이론이 있어요. ‘결정적 시기 가설’이죠. 하지만 이 가설은 이중언어 몰입환경일 때만 맞습니다. 이민이 대표적이죠. 실제로 미국에선 이민자들의 영어 습득에 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어릴 때 이민 온 사람일수록 영어 능력이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문제는 이런 연구가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는 거죠. 이민자 대상 연구가 마치 한국에서 교육받는 아이들에게도 통할 것처럼 알려지면서 조기교육 열풍을 불러일으켰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