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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 때의 스필버그 감독"…봉준호 감독에 쏟아진 외신들의 찬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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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영화감독 봉준호.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영화감독 봉준호. [로이터=연합뉴스]

“아이 러브 봉준호!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뉴욕포스트, 수상 소감 전하며 "봉준호는 패자 배려한 '성자'" #BBC "92년 간 자막 있는 영화가 이루지 못한 역사 이뤄냈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ㆍ최우수작품상ㆍ각본상ㆍ국제영화상 4관왕에 오른 순간, 뉴욕타임스(NYT)의 영화 전문기자 웨슬리 모리스가 남긴 말이다. NYT 소속 영화 평론가들은 시상식을 보도하며 “와우(WOAHHH)” “이건 미친 일이다(This is bananas!), 물론 좋은 의미로”라는 소감을 쏟아냈다.

NYT뿐 아니다. CNN은 “‘기생충’이 오스카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 역사적인 밤은 '기생충' 이 지배했다"며 톱뉴스로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생충’이 92년 만에 처음으로 작품상까지 거머쥔 외국어영화가 됐다”는 푸시 알람까지 내보냈다. 시상자로 나선 배우 제인 폰다가 수상작이 적힌 봉투를 연 뒤 살짝 뜸을 들인 후 ‘패러사이트(Parasite)’라고 수상작품명을 얘기한 직후 푸시가 떴다. 봉 감독의 쾌거를 위해 기사를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던 것이다.

해외 통신사들도 관련 뉴스를 신속히, 또 다양한 방식으로 타전했다. AFP통신은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열차’와 ‘옥자’ 등 역대 작품을 조명하면서 “이날 할리우드에서의 승리는 그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앞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봉 감독을 “전성기 때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라고 평가한 발언도 함께 실었다.

AP는 “‘기생충’의 감독은 기쁜 표정으로 기립박수 속에서 상을 받아들었다”며 “그는 수상소감 역시 한국어로 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역시 “‘기생충’은 오래 전부터 오스카상 후보작 중 선두 주자로 꼽혀왔다”며 “작품성뿐 아니라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도 성공을 거둔 드문 작품”이라고 평했다.

CNN은 9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기사를 톱 뉴스로 보도했다. [CNN 캡처]

CNN은 9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최우수작품상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기사를 톱 뉴스로 보도했다. [CNN 캡처]

미국 언론의 이날 반응은 ‘기생충’ 열풍이라 할 만큼 뜨거웠다. 시상식이 열린 로스앤젤레스의 LA타임스는 “봉준호가 오스카(아카데미상의 별칭)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극찬했다. 영화 전문지인 할리우드리포터는 “봉준호와 ‘기생충’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10가지”라는 제목의 해설기사도 실었다. “‘기생충’엔 봉준호 감독 자신의 경험이 녹아있다”부터 “봉 감독은 ‘설국열차’와 ‘옥자’를 감독하는 중간부터 ‘기생충’ 구상에 착수했다”는 등의 ‘깨알 소식’이었다.

뉴욕포스트는 “봉준호는 ‘성자’였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봉 감독이 감독상 수상 소감 도중 영화 ‘아이리시맨’으로 후보에 오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존경을 표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경쟁 후보로 오른 동료에게 감사를 전하는 건 흔하지만, 패자에게도 진정한 기쁨의 눈물을 쏟게 한 승자를 본 적 있는가?”라며 “그게 바로 봉 감독”이었다며 극찬했다.

친(親) 정부 정치색이 뚜렷한 폭스뉴스조차 “브래드 피트가 수상 소감을 공화당 공격에 활용했다”며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와중에도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기생충' 작품상 수상 직후 내보낸 푸시. [캡처]

워싱턴포스트가 '기생충' 작품상 수상 직후 내보낸 푸시. [캡처]

아시아에서도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의 소식은 화제였다. 일본에선 ‘기생충-반지하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봉준호 감독의 한국 영화가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도 함께 받아 4관왕을 달성했다”면서 “영어권 이외의 작품이 작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짚었다.

마이니치는 “양극화 문제를 그리면서 오락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감독이자 평론가인 히구치 나오후미(樋口尚文)는 일본 매체에 “‘기생충’은 양극화된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겨있다고 코멘트했다.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 신경보 등도 이날 ‘기생충’의 수상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신경보는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 오랜 애착을 보여온 유럽에서도 ‘기생충’의 쾌거는 크게 보도됐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 수상을 속보와 헤드라인으로 다루며 “92년 동안 ‘자막이 있는 영화’(외국 영화)가 이뤄내지 못한 역사를 이뤄냈다”며 “그야말로 ‘기생충’의 역사적 밤”이라고 호평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금까지 비영어 영화 가운데 최우수작품상 후보작에 오른 영화는 ‘아모르’, ‘인생은 아름다워’ 등을 포함해 10편에 불과하며, 이 가운데 단 한편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아카데미 스스로 다양성을 키우기 위한 시도가 치열하지 못했고, 60년대적 환경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같은 역사를 ‘기생충’이 바꿔놓았다”고 치켜세웠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9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에게 각본상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9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에게 각본상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3대 일간지 르피가로도 “비영어권 영화 중 역사상 최초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며 “봉준호 감독은 이미 과거 ‘설국열차’와 ‘옥자’를 통해 국제적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고 소개했다.

9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에 들어서기 전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한 '기생충' 팀. [로이터=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에 들어서기 전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한 '기생충' 팀.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슈피겔 또한 기생충이 아카데미 6개 부문의 후보작에 올라 4개 부문의 트로피를 휩쓸었다고 전하며 “봉준호 감독은 4번이나 수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무대 위에 섰다”며 “봉 감독은 매 순간 감격에 겨워 할 말을 잃어가는 듯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독일 매체 도이치벨 역시 “한국의 다크 코믹 스릴러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4개나 석권했다”며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만들어진 영화로서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수진ㆍ서유진ㆍ김다영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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