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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조국…법무장관 집 사상 첫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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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는 검찰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건 사상 처음이다. 검찰의 수사가 조 장관 부부까지 직접 겨냥하면서 ‘정점’으로 향하고 있다.

검찰, 11시간 수색 PC하드 등 확보 #조 장관은 출근할 때까지 몰라 #자녀 입시관련 대학 4곳도 포함 #수사진 수색 길어져 중국집 배달 #조 “검찰개혁 장관 소임 다할 것” #내일 두번째 ‘검사와 대화’ 진행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23일 오전 9시 조 장관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 검찰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의혹 관련 서류들을 확보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왔다. 검찰 수사관들은 오전 8시30분쯤 검은색 카니발을 타고 조 장관 자택 주차장에 들어선 뒤 조 장관이 출근할 때까지 30여분간 대기하다 자택에 들어갔다. 조 장관이 자택을 비웠을 때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장관에 대해 증거인멸교사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이 적혔다고 한다. 이로써 조 장관은 피의자 신분이 됐다. 법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출근 때까지 압수수색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당초 검찰은 조 장관이 현직 장관인 만큼 장관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7일 조 장관 의혹과 관련해 3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번에 진행하면서도 조 장관 자택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주변은 40여 명의 내·외신 취재진과 20여 명의 주민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온라인방송 관계자들도 몰려 압수수색 상황을 전했다.

조국 영장에 증거인멸교사·자본시장법위반 혐의 적시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23일 오후 압수품을 들고 조 장관의 방배동 집을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한 압수수색은 11시간 만에 종료됐다. 김상선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23일 오후 압수품을 들고 조 장관의 방배동 집을 나서고 있다. 이날 오전 9시에 시작한 압수수색은 11시간 만에 종료됐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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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20분쯤 한 중국음식점 배달원은 조 장관 자택에 음식 9그릇을 배달하고 나오며 취재진이 “중년여성과 젊은 여성이 배달한 조 장관 자택에 있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딸(28)로 추정됐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여성수사관을 포함해 검사와 수사관 7명이 동원됐으며, 오후 8시쯤까지 11시간 정도 진행됐다. 압수수색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오전에 시작한 수색이 오후까지 이어진 이유에 대해 “오전 압수수색 과정에서 새로 밝힐 추가 내용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오후 수색 내용이 오전과 다르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역사적인 현장인데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파트 관리인도 오늘 취재진이 워낙 많아서 감당이 안 돼 출입관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며 “빨리 상황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없이 관련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이 이날 전격적으로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조 장관 부부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도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검찰의 부담이 큰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신호라는 의미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PC 하드디스크를 반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이번 압수수색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 교수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씨에게 PC 하드디스크 교체 등을 지시한 정황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상황이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놓았고 조 장관 자택에 하드를 교체하지 않은 PC 1대가 더 있다고 진술했다.

이날 검찰은 조 장관의 자택과 함께 아주대·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이화여대, 연세대 등에도 수사관을 보내 조 장관 자녀의 입시 기록을 확보했다. 아주대와 충북대 로스쿨은 조 장관 아들(23)이 지원했다고 한다. 조 장관 아들은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또 이화여대는 조 장관의 딸이 고려대 입학 당시 함께 지원한 곳이다. 앞서 검찰은 조 장관 딸 입시부정 의혹 수사를 위해 고려대 입학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대학 4곳과 조국 장관의 자택 압수수색 결과물을 분석하기 위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직원 총동원령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수사부는 한 해 예산을 200억원가량 쓰는 부서로 직원만 150여 명에 달한다. 이날 중앙지검에서 전방위적으로 압수수색한 디지털 자료가 과수부에서 한꺼번에 분석될 전망이다.

유례없는 현직 법무장관 자택 압수수색에도 조 장관은 꿋꿋이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법무부는 25일 조 장관이 대전지검 천안지청에서 취임 이후 두 번째 ‘검사와의 대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오늘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강제수사를 경험한 국민들의 심정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조국 펀드’ 관련 WFM 주식 거래정지=한국거래소는 ‘조국 가족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영어교육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WFM이 횡령·배임 혐의 발생 사실을 공시함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진호·김민상·김태호·김수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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