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끝이 현직 법무부 장관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23일 오전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조 장관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기를 두고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검찰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유의 현직 법무장관 강제수사 #정치적 부담 최소화 위한 승부수 #윤 총장 “검찰 엄중함 유지해야” #내일 조국 수사 뒤 첫 외부행사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23일 오전 9시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달 27일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후 27일 만이다. 이날 검찰은 조 장관이 오전 8시40분쯤 출근을 위해 자택을 나서자 20분 뒤인 오전 9시쯤 조 장관의 자택에 들어섰다. 조 장관 출근 전 이미 검찰 수사팀이 자택 앞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 달 가까이 진행됐지만 그간 조 장관의 자택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또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이 조 장관이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겨냥하기엔 아직 핵심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검찰의 이날 압수수색으로 사실상 조 장관을 비롯한 가족이 이번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안팎에선 조 장관 자택의 압수수색 시기를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승부수란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2일 오후 2시쯤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인물”이라며 “현직 법무부 장관을 향한 강제수사인 만큼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법무부와 조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서로 한치라도 늦으면 ‘먼저 죽는다’는 생각으로 속도전을 벌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전방위적 강제수사에 착수한 데 대해서도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 적기를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다”며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3박5일 일정으로 출국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유엔 총회 기조연설 등을 한 뒤 26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 순방 동안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정 교수의 검찰 소환조사도 문 대통령 순방 동안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이후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해 “엄중함을 유지하라”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 착수를 두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을 자제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외부 노출을 삼가던 윤 총장은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리는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서 개회사를 할 예정이다. 조 장관 관련 수사 이후 첫 외부 행사 참석이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이 조 장관 수사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지에도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