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하 주영 한국대사는 최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만난 자리에서 "왕실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침 새해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을 다녀간 지 20주년 되는 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좋은 생각"이라며 반색했다. 여왕은 "19년 전 찾은 안동 하회마을에 대한 추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안동 하회마을은 5년 연속 한해 10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
최근 주영대사가 초청 의사 밝히자 "좋은 생각" 화답 #내년 93세로 고령이라 성사 여부는 확실치 않아 #하회마을 올해로 5년 연속 관광객수 100만 돌파
놀이기구나 박물관 같은 그럴듯한 현대적인 볼거리가 없는 시골 마을에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매년 꾸준히 찾는 사례는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
새해 하회마을은 주차장 확충 등 편의시설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영국 여왕이 방한 20주년의 해에 다시 한번 하회마을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주민들 사이에 있다. 19년 전 여왕 생일잔치에 대한 기억이 안동 주민들 사이엔 아직도 생생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999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부군 필립 공과 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는 하회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았다. 생일상은 국수·과일·편육·꽃 떡 등 47가지 한국 전통음식으로 차려졌다.
여왕은 8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하회별신굿 탈놀이 아홉 마당도 관람했다. 영국 여왕의 생일은 4월 21일이다.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 축하연을 열기 위해 왕실이 정한 여왕의 공식 생일인 6월 11일 전후로 축하연을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회마을은 가장 한국적인 매력으로 세계인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짚으로 지붕을 이은 초가집, 기와로 곳곳을 치장한 양반집, 마을의 고즈넉한 돌담길 등 과거 조선 시대 마을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과거 마을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기념품 판매점이나 음식점을 마을 내에 두는 것을 최소화했다. 또 차량이 무분별하게 마을 곳곳을 다니지 못하도록 주차장을 마을 밖에 별도로 마련했다.
전통 마을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전통 문화공연도 연중 수시로 펼친다. 천연염색·도자기 공예 등 체험 행사도 마을 만송정 숲 등에서 계절에 맞춰 진행한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 일족이 600년 전부터 터를 잡고 산 곳이다. 지금도 150여 가구 중에서 70% 이상이 풍산 류씨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