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 20주년이 되는 내년에 왕실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겠다는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의 제안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또 19년 전 방한 당시 안동 하회마을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면서 당시 한국에서 받은 도자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왕실 마차 타고 박은하 주영 한국대사 신임장 제정 #여왕 "19년 전 방한 때 받은 도자기 지금도 사용" #"내년 문재인 대통령 영국 오면 꼭 만나고 싶다" #관저까지 태워준 말에게 당근과 각설탕 대접도 #
지난 8월 부임한 박은하 주영 대사는 22일(현지시간) 여왕의 거처인 런던 버킹엄 궁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장을 제정했다. 신임장 제정식은 영국 왕실의 전통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
붉은색 예복을 차려입은 왕실 의전장이 왕가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 2대를 대사관저로 끌고 가 신임 대사 내외 등을 태우고 런던 시내를 가로질러 버킹엄 궁으로 이동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신임장을 접수하면서 19년 전 방한 때 한국인이 환대해줬던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 대사가 전했다.
여왕은 73세 생일이던 1999년 4월 21일 안동을 방문해 하회 별신굿탈놀이 공연을 관람한 뒤 생일이 같은 주민 5명과 축배를 들었다. 생일상은 과일, 국수, 편육, 찜, 탕 등 47가지 전통 궁중음식으로 차려졌고, 높이 60㎝짜리 떡꽃 화분이 놓이기도 했다.
여왕은 한국에 다시 가보고 싶지만 고령인 점을 고려해 해외 방문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박 대사에게 설명했다. 박 대사가 여왕을 대신해 왕실 가족이 방문토록 해달라고 제안하자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내년에 문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면 꼭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차를 타고 대사관저로 돌아온 박 대사는 관례대로 마부에게 차를 대접하고 신선한 당근과 각설탕을 준비해 말에게 먹이기도 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