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동해안에는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수도권을 포함한 서쪽 지역에는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는 등 극과 극의 날씨를 보이고 있다.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11시 현재 서울과 인천의 기온은 33도, 대구 31도, 부산 32도를 기록하고 있다. 강원 영월은 36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서울의 경우 이날 오전 6시만 해도 기온이 26도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시정거리가 20㎞가 넘을 정도로 쾌청한 하늘 아래 약한 바람도 불면서 무더위가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오전 9시가 되자 30도를 돌파하는 등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낮에는 서울이 37도까지 오르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겠다.
반면, 강원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 지방은 비가 내리면서 이날 오전 11시 현재 기온이 25~26도 사이에 머무는 등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이에 따라,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은 일시적으로 폭염 특보가 해제됐다.
산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 때문
이처럼 동쪽과 서쪽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건 ‘푄 현상’ 때문이다.
푄 현상은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산을 넘으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제12호 태풍 ‘종다리(JONGDARI)’의 영향으로 동쪽에서 유입된 습한 공기가 동해안 지역에는 비를 뿌렸지만,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공기가 데워지고 건조해지면서 서쪽 지역에는 폭염을 더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동풍이 불면 건조하고 상층의 깨끗한 공기가 내려오기 때문에 가시거리가 넓은 청명한 날씨를 보이지만, 습기가 없는 만큼 더 빠르게 달궈지는 특성이 있다”며 “다음 달 1일까지는 동풍의 영향으로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37도에 이르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풍 종다리 31일 부활할 수도
한반도에 동풍을 몰고 온 태풍 종다리는 일본에 상륙한 뒤 현재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상태다.
하지만, 종다리는 일본 열도를 빠져나간 뒤에 해상을 이동하면서 다시 태풍으로 재발달할 가능성이 있다.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은 “열대저압부로 약화한 종다리가 현재 일본 규슈 남쪽 해상에 있는 저기압성 회전력과 합쳐지면서 31일 중에 태풍으로 재발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행히 진로가 남쪽으로 처져서 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은 작지만, 제주 남쪽 해상을 중심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