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드루킹 특검은 ‘살아 있는 권력’ 제대로 파헤쳐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드루킹 특검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검사 추천·임명 등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약 한 달 뒤에는 특검팀이 꾸려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이 특검이라는 예외적 수사 기구에 맡겨진 것은 검찰과 경찰이 미덥지 못한 태도로 일관한 데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권 인사들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해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특검이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혀내는 일만 남았다. 검경과 관련 정치권 인사들은 사건 축소나 혐의 은폐가 매우 어려워진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는 헛된 노력을 중단하기 바란다.

송인배 부속비서관 연루 의혹까지 불거져 #수사 의지·능력 갖춘 특검 찾는 게 급선무

검경이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의혹의 불길은 청와대로까지 번졌다. 문재인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도 김씨를 여러 번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측이 밝힌 자체 조사 내용에 따르면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김씨를 네 차례 만났으며, 그중 두 번의 경우에는 김씨 측으로부터 100만원씩 받았다. 김씨를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소개한 이도 송 비서관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며 선거운동 일정을 총괄했다. 그가 김씨 일당의 댓글 조작 활동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랬다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반드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송 비서관과 김씨의 접촉 과정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어제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수사팀이 김씨와 김 전 의원을 연결해 준 이가 누군지 알고도 덮었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다.

김 전 의원 관련 의혹도 나날이 커 가고 있다. “파주의 사무실에서 매크로(댓글 조작 프로그램) 시연 장면을 보고 사실상 승인 의사를 표시했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 김 전 의원이 “소설이다”고 반박한 이후 김씨 주변인들이 속속 증언을 내놓고 있다. 김씨 측 관계자는 “매크로 시연 직후 김 전 의원이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고, 그 장면을 여러 사람이 보고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속히 김 전 의원을 재소환해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

특검이 진실을 드러내는 요술 방망이는 아니다. 그동안 열두 번 특검이 진행됐지만 두세 번을 빼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한 경우에는 대체로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나기 일쑤였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의 특검 후보 선정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권력 실세의 공모 의혹을 낱낱이 조사할 추상(秋霜)같은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사들로 후보단(4명)을 구성해야 한다. 이 사건은 댓글 조작으로 민의를 왜곡한 ‘여론 기술자들’과 그들을 엄호해 온 세력에 대한 수사다. 성역 없는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민주주의의 적을 단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