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강사법 또 1년 연기, 폐기 수순 밟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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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정된 '강사법'은 법 취지와 달리 강사들을 대량해고 사태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2011년 제정된 '강사법'은 법 취지와 달리 강사들을 대량해고 사태로 밀어넣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또 한 차례 연기된다. 2011년 11월 처음 법안이 마련된 이후 네 번째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연기로 인해 강사법이 아예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1년 11월 법안 나온 뒤 4번째 연기 #"비정규직 양산 대량해고 불러올 것" 비판 #시간강사, 대학 등 대다수 '강사법' 반대 #교육부도 폐기 염두, 대체법안 논의 예정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4일 “이해관계자인 강사단체와 대학의 대다수가 시행을 반대하고 있어 시행 유예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문위와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미 시행시기를 2019년 1월1일로 연기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로 넘긴 상태다.

 유 위원장은 “여야 이견이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본회의에서 무리 없이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회의 일정은 지난 22일 열리기로 했다 무산된 이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국회에서 이번에도 '강사법'을 연기하면 총 4번째 시행이 미뤄진 셈이다. [중앙포토]

국회에서 이번에도 '강사법'을 연기하면 총 4번째 시행이 미뤄진 셈이다. [중앙포토]

 당초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마련됐다. 2010년 광주의 한 대학 시간강사가 자살한 사건이 사회적 이슈화 되면서 이듬해 11월 처음 법안이 마련됐다. 주 9시간 이상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에게 대학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강사단체 등은 “법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며 강사법 시행을 반대해 왔다. 법이 시행되면 대학이 강사에게 주당 9시간미만으로 강의를 맡기고 1년 이상 임용하는 강사에게만 다수의 강의를 몰아줘 다른 강사들을 해고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런 지적에 따라 2013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강사법은 2014년으로 처음 연기됐다.

 하지만 2014년 1월 시행을 앞두고도 이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다. 실제 시간강사 수는 법 시행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10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7만9000여명으로 줄었다. 대학들도 법대로 할 경우 예산 부담 등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강사법 시행에 난색을 보였다. 결국 법 시행을 하루 앞둔 2013년 12월 31일 여야 정치권은 시행일을 2016년 1월로 다시 2년을 연기했다. 2015년 말에도 같은 일이 반복돼 2018년 1월로 시행이 늦춰졌다. 이번에 또 다시 1년 연기 결정이 확정되면 강사법은 총 4차례 시행이 미뤄지는 셈이다.

 수차례 시행이 연기되는 과정에서 국회는 교육부에 강사들의 처우 문제 등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교육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오히려 강사들로부터 더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팀티칭·계절학기 강사나 기존 강의자의 공백에 따른 대체강사 등은 1년 미만으로 계약할 수 있게 예외 조항을 둔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시간강사들은 “원래 법안보다 후퇴했다, 개악 중의 개악”이라며 반발했다.

지난 11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사법 페기 등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중앙포토]

지난 11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강사법 페기 등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중앙포토]

 이처럼 강사법 시행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11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강사법 폐기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지난 달 23일 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강사법을 그대로 시행할 경우 나타날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능한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 후(30일) 교육부는 “다수가 시행을 반대하는 강사법을 개선하기 위해 폐기 등의 방안을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강사법 폐기를 공론화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완전 폐기’ 또는 ‘2년 유예’ 2가지 방안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회 교문위는 여론수렴을 이유로 1년 유예 결정을 내렸다. 김현주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은 “국회가 법안 폐기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입법 이전인 2011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논의해 보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1월부터 강사단체와 대학 등의 추천을 받아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체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 마련이 쉽지는 않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사들의 고용안정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고선 강사법 시행으로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4번이나 법을 유예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건 정부와 국회 모두 개선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의 담당시수, 업무 종류와 양을 고려해 임금을 현실화하는 것부터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전민희·이태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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