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서 북핵까지…미·중 ‘패권의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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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미·중 패권 경쟁이 드러나는 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임기 말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가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전방위 차단 전략을 구사하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중국 역시 신형대국관계를 내걸며 북핵·남중국해·통상 등에서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닭발 무역 분쟁부터 북핵 제재 수위까지 확대일로인 주요 2개국(G2)의 갈등은 전략경제대화에서 노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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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핵과 관련한 중국 압박을 공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방한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미·중 대화에서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추가 압박을 가하라고 중국에 요구할 것”이라며 “중국은 북한을 압박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협력했던 중국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북 수위 조절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은 이 같은 우려에 불을 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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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4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 연쇄 회담을 통해 북핵 공조에 나섰다. 앞서 미국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해 중국 은행에 경고장을 보내고 중국 통신 기업인 화웨이(華爲)의 대북 거래 조사에 나서며 중국을 정조준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미·중 대화에서 중국이 제재 이행의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시 주석이 밝혔던 “유관 당사국들의 냉정과 자제”를 거론하며 미국의 압박 요구를 받아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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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은 남중국해 문제에선 첨예한 대립을 예고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5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은 이를 도발이자 긴장을 고조시키는 불안정한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전날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고립의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인민해방군 쑨젠궈(孫建國) 부총참모장은 “‘외부 국가’는 딴짓을 하지 말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라. 일부 국가의 도발로 남중국해가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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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통상 분쟁은 악화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미국산 닭발 등 닭고기에 부당하게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지난달 10일 제소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라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이달엔 무역위원회(ITC)가 중국산 철강 제품의 전면 금수 조치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불공정 무역 관행 조사에 착수했다. 반면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온라인 콘텐트 산업을 보호한다며 애플의 아이북스 스토어, 아이튠스 무비스의 중국 내 이용을 지난달 차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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롼쭝쩌(阮宗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중·미 관계는 십자로에 들어섰다. 미·중 회담에서 상호 존중, 협력 공영의 메시지가 나온다면 아시아·태평양 및 세계 평화 발전에 중요한 공공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북한 압박 추가조치 요구 이어
중국의 남중국해 방공구역 비난
중국 “외부 국가는 딴짓 말라” 반박
미국산 닭발 등 닭고기 반덤핑 논란

워싱턴·베이징=채병건·신경진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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