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노동개혁 시간 끌면 죄” 추미애 “노동계 압박하면 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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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왼쪽)은 2일 노동개혁과 관련, “시간을 끄는 건 청년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11월 말까지 입법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은 “지금 노사정위원회에 양대 노총이 불참하고 있다”며 “여·야·당사자가 참여한 대타협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빈 기자], [뉴시스]

‘노동개혁’을 놓고 제대로 맞붙을 기세다. 새누리당 이인제(67·노동시장선진화 특위)·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57·청년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위) 위원장이 노동개혁 정국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 위원장은 “(노동개혁을 놓고)시간을 끄는 건 청년 세대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 위원장은 “여당이 마련해놓은 ‘플랜A’대로는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2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다. 두 사람은 ‘언제 개혁을 완수하느냐’에서부터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모두 이견을 보였다. 인터뷰는 각각 했으나 공통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으므로 문답형식으로 구성했다.

 ▶이 위원장(이하 이)=“(야당 노동개혁특위의)이름을 보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앞세운 건 너무 잘된 것 같다. 바로 ‘청년 일자리’를 위해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다만 경제민주화, 재벌, 법인세 문제를 다 같이 논의하자는데 그러다간 노동개혁 과제가 표류할 수 있다.”

 ▶추 위원장(이하 추)="지금 노사정위에는 양대 노조가 불참한 상태다. 여·야·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타협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이=“노사정위원회가 국민대타협기구다. 김대중(DJ) 정부에서 만든 기구 아닌가. 8월 중순 이전 노사정위가 정상화되면 9월까지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낸 뒤 11월 말(정기국회)까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완료하겠다. (야당이 요구하는 다른 과제는)노동시장 개혁을 완수한 뒤 추가 논의를 할 수도 있다.”

 ▶추=“시한을 정해 속도전을 하려는 건 여당이 ‘청와대의 용병’이라는 걸 자인하는 것이자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노동시장의 낡은 구조는 어느 한 정권이 만든 게 아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낡은 질서다. 정치 이슈화해선 안 된다. 노동개혁을 통해 좀 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건 여야 모두의 사명이다. 현안은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과 주당근로시간 문제, 비정규직 기간 제한(2년)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기간제법 문제, 파견 대상 업무를 넓히는 문제다. 현행 최대 7개월인 실업급여 수급 기간을 최대 8개월로 늘리는 방안, 산업재해보상법의 급여를 높이는 방안 등도 당론으로 내놓겠다. 대기업과 협력 기업 사이에 임금 격차가 2배가 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대기업과 노조에 대해 정부가 세제나 금융 지원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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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여당은)경제위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대기업은 사내유보금이 쌓였지만 고용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청업체 등을 통한 간접고용이 더 많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중소기업이 처한 내수 경기침체 때문인데도 정부는 대기업 중심의 임금피크제로 일자리를 늘리자며 고용의 책임을 노동계에 전가하려고 한다. 또 저생산 근로자의 해고를 쉽게 하겠다는데 저생산도 근로자만의 탓이 아니다. 저소비의 장기화, 저출산이 연결된 문제다. 소비를 늘려 선순환을 이끌려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방식으론 불가능하다.”

 ▶이=“여야가 동반자로 개혁에 임한 뒤 총선 유불리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

 ▶추=“과거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양대 노총의 눈치를 봐 왔지만 지금은 다르다. 노동개혁은 절대 ‘노노갈등’이나 ‘세대갈등’ 속에 풀어선 안 된다. 비정규직 문제도 (정규직을 대변하는) 양대 노총의 이해 없이는 어렵다. 처음에 방향타를 5도만 잘못 잡아도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간다. 노동계를 압박해 만든 노동 개혁은 악수가 될 것이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YS·DJ키즈’=노동개혁에 대해선 팽팽했지만 두 사람은 상대방을 치켜세웠다. 추 위원장은 “초선이던 1996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효산콘도’ 특허 의혹을 추궁했더니 이인제 경기지사가 그 자리에서 ‘콘도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하더라”며 “여야 전쟁 상황에서도 소신을 밝히고 통이 크더라”고 했다. ‘효산콘도 사건’은 당시 청와대 직원 등 정권실세들의 특혜 의혹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이 위원장은 “추 위원장은 여성 지도자로선 가장 앞서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추 위원장은 ‘YS(김영삼)와 DJ(김대중)의 키즈’로 꼽힌다. 판사이던 두 사람은 각각 YS와 DJ 문하로 정계 입문했다.

글=강태화·정종문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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