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 창업 신인류, 밀레니얼 세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형수 이원 대표가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작한 ‘브래들리 타임피스’. [사진 이원]

미국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이원(Eone)의 김형수(35)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이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는 ‘브래들리 타임피스(시계)’를 만들었다. 시침과 분침 없이 손목시계 정면과 측면을 도는 2개의 구슬로 시간을 알 수 있다. 이 시계는 킥스타터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달 만에 60만 달러(약 6억7000만원)를 모았고 에인절펀드를 통해 40만 달러를 추가로 받았다. 시각장애인용으로 만들었지만 비장애인들의 주문이 쇄도하며 한 달에 30만 달러어치 이상 팔고 있다. 김 대표는 “해외 창업자들은 국가·지역별 문화 차이를 이해해 현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국 시장을 평정하고 7년 뒤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밀레니얼(1980~95년에 태어난 세대)이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사회학) 교수는 “한국의 밀레니얼은 일찍부터 영어교육을 받고 해외 경험도 많은 세대라 외국 진출에 두려움이 적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외 창업 3.0세대에 해당한다. 이전 세대와 달리 아이디어와 창의성·기술력을 기반으로 창업하기 때문이다. 해외 이민과 연계된 세탁소·마트 창업 세대(1.0세대)나 한국 경제 발전을 등에 업고 무역·제조업에 나선 ‘개발 세대(2.0세대)’와 대비된다.

 부산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윤혜정(27)씨는 지난 4월 일본 맥주업체 기린에 입사했다.

90명의 신입사원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는 “평균 학점이 3.0이라 국내 취업은 꿈도 못 꿨다”고 했다. 대학 재학 중 1년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일본에서 살며 익힌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5~6월 KOTRA 채용박람회와 커리어인재팬 박람회에서 활로를 찾았다. 윤씨는 “일본 기업 상당수가 일본 청년들에 비해 헝그리정신이 살아 있는 한국 젊은이들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K-MOVE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청년 해외 진출사업은 청년 실업률이 10%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숨통이 될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박영범 이사장은 “좋은 해외 일자리를 많이 발굴하고, 연수 과정인 K-MOVE 스쿨과 해외 인턴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밀레니얼(Millennial)= 1980~95년에 태어나 2000년대에 성장기를 거친 세대로 Y세대라고도 한다. 컴퓨터와 함께 자라난 세대이기 때문에 정보통신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킹을 통한 소통·협력의 의사 결정을 중시한다.

특별취재팀=워싱턴·새너제이·베이징·상하이·도쿄·자카르타=정재홍·최준호·신경진·서유진·정원엽·하선영 기자, 베이징·뉴욕·워싱턴=예영준·이상렬·채병건 특파원 hong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