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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게 ‘이심전심’까진 바라지 않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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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형구
JTBC 정치부 차장대우

커뮤니케이션을 업(業)으로 하는 일에 있다 보니 사람들과 소통은 늘 고민하는 화두다. 그런데 모든 커뮤니케이션 행위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게 그동안 얻은 결론이다. 예컨대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명확하게 하지 않아 일을 그르치게 했다면 지시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말하자면 ‘설명의 비용’을 들이지 않은 상사 책임 때문일 것이다.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말이 필요 없이 깨닫게 된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의 단계다.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으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커뮤니케이션 얘기를 늘어놓은 건 정치권에서 자주 목도하는 ‘소통의 벽’ 때문이다. 최근 물러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퇴 배경이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의 불협화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야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합의 과정에서 협상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뭔가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조 전 수석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는 목표치일 뿐이고 합의문에 명기되지 않을 거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조 전 수석이 ‘50%를 목표로 한다’와 ‘50%로 한다’는 둘 중 하나로 합의될 거라는 설명을 다 듣고 갔다”며 다른 말을 했다. 전해지는 말들뿐이어서 실체적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당·청 간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숱한 오해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혁신위원장직 문제로 단둘이 만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대화 이후 각각 내놓은 말은 180도 달랐다. 문 대표 측은 “혁신위 구성에 안 전 대표가 함께 논의한다는 잠정 합의문까지 써놨다. 그럴 정도면 혁신위원장직은 안 전 대표가 당연히 수락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측 얘기는 완전히 달랐다. “혁신위원장직 거절 의사를 분명히 말했다”는 것이다. 외계어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을 텐데 서로 받아들인 건 딴판이었던 셈이다.

 선문답처럼 이뤄지는 정치인의 대화에는 오해의 여지가 적지 않다. 정치적 계산이 서로 다른 이들에게 이심전심의 독심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모든 오해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오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결국 그만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로 전달하려는 정보, 즉 ‘무엇(What)’보다 경청하는 자세·표정·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 즉 ‘어떻게(How)’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공감형성 능력이 부족하면 대화가 잘 안 되고, 내용이 다소 부족해도 감성을 자극하면 오히려 호소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런 간단한 이치를 깨우치기만 해도 불신의 벽은 낮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형구 JTBC 정치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