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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강해질수록 우리도 강해질 것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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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준현
김준현 기자 중앙일보 팀장 겸 경제에디터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

# 최근 세계 1위 LCD 세정기 제조업체인 DMS의 중국 웨이하이(威海) 공장을 다녀왔다. 중국 사업이 확대되면서 이 회사는 지난해 초 경기 화성 공장의 설비를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 연구개발도 중국 현지에서 담당한다. 이 회사 박용석 사장이 회사 내 연못을 메워 공장을 증축할까 고민할 정도로 매출이 호조다. 중국이 LCD 생산을 대폭 늘리면서 설비 주문이 늘고 있어서다. 모든 게 순조롭다. 그 와중에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중국이 LCD 생산을 줄이거나 설비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다면.

 #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1일 접수를 마감하고, 7월 중순 허가가 새로 난다. 서울시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고 있다. 3곳을 새로 선정하는데 무려 21개 기업이 도전장을 낸 것만 봐도 그렇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렇다. 10개 층(식당가 제외)을 쓰는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이 지난해 1조8000억원이었는데, 같은 건물의 고작 3개 층을 쓰는 면세점이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면세점의 순이익률은 백화점의 두 배가 넘는다.

 두 이야기 모두 한국 경제의 활기찬 모습이다. 그런데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아마도 중국에 목매는 한국 경제의 실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특히 면세점 사업은 대표적인 ‘중국 바라기’ 사업이다. 중국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면세점처럼 중국이 있어 살고, 중국이 있어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수출이 줄고 있는 이유? 중국이 수입을 줄여서. 지난해 한국 정유 4사가 2조7000억원의 영업적자(정유부문)를 낸 이유는? 중국 업체들이 자체 생산을 늘려서.

 웨이하이에서 타본 중국 JAC모터스의 승합차는 한국차와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절반이었다. 얼마 안 지나 중국차는 세계시장에서 한국차를 위협할 게 틀림없다. 그것도 전기차 같은 최첨단 자동차시장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드론 등 무인이동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국가가 대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아는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한 회사가 창업한 지 10년도 안 된 중국 벤처기업(DJI)이라는 것을. 우리가 대통령 모셔 놓고 기념사진 찍을 때 중국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다. 무학(無學)·무전(無錢)의 우리 아버지들이 허허벌판에서 세계 14번째 경제대국을 일으켰을 때 가졌던 패기는 어디로 갔나. 보국안민을 외치던 기업인들, 애국심을 당당히 자랑하던 공직자들은 어디에 있나.

 그럼에도 “우리는 괜찮다”고 자위해 본다. 중국이 세지면 그에 비례해 우리도 세질 것이라 믿어서다. 강한 일본 덕분에 우리도 강해졌던 경험이 있질 않은가. 강한 이웃은 오히려 우리에게 축복이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믿는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