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장 방문 좋지만 국가 지도자답게 해법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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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야유세례 받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17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에 참석해 민주대행진을 하고 있다. 한 시민이 행진을 가로막으며 문 대표를 향해 손으로 X 표시를 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당이나 잘 챙기지 뭐하러 왔느냐”며 한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뉴시스]

문재인 정치를 보는 ‘밖’의 시선은 미덥지 못하다는 쪽이다. “절차적 정당성보다는 결단력을 보여주는 정치를 보고 싶다”(조국 서울대 교수)에서부터 “이게 문재인표 정치라는, 자기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 “대선주자로서의 스타성보다 지금은 당 대표의 리더십에 충실해야 한다”(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대학교수 등 9인에게서 ‘원포인트 레슨’을 들어봤다(가나다순).

 ▶강원택(정치외교학) 서울대 교수=“비노무현계에서도 유능한 사람이라면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인재 영입이 ‘친노 프레임’을 벗어나는 길이다. 문재인만의 정치적 색깔과 미래지향적인 모토가 없다. 사람 좋다는 이미지보다 정치인으로서의 분명한 리더십을 각인시켜야 한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빠른 템포로 결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정청래 막말 파문에서 보듯 템포가 늦다. 템포가 늦다 보니 늘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정치에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은 없다. 결국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국 같이 가야 하는 사람들(비주류)이라면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 해선 안 된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갈등을 해결하는 사람이 돼야지 갈등의 당사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단식 농성에 동조하거나 쌍용차 시위 현장을 방문해 약자를 배려하는 이미지를 보이지만 해법을 제시한 적은 없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원한다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신이 그리는 ‘선한 세상’에 대한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프로 정치인의 의무다. 운동가는 문제를 푸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고 의제화하는 게 목적이고, 지더라도 할 수 없지만 정치는 그게 아니다.”

 ▶안병진(미국학) 경희사이버대 교수=“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특유의 ‘나이브(naive·순진함)’를 버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바꿀지를 정확히 해야 한다. 본인에게 혁신 DNA가 없다면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인재를 데려와 권한을 내줘야 한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재야세력을 통합할 때 ‘지분 20%는 적다’며 선뜻 50%를 내놓지 않았나.”

 ▶이동관(전 청와대 홍보수석)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국가 지도자의 느낌을 줘야 한다. 노무현에 가려지는 ‘일식(日蝕) 현상’을 걷어내고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노무현을 제대로 벤치마킹해야 한다. 친노들에게만 어필하는 게 아니라 국민 전체의 감성을 자극하는 도전정신과 덧셈정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나라에 필요하면 자기 진영에서 비판받는 일도 추진하는 용기를 배워야 한다.”

 ▶이원종 전 정무수석=“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짜증 내지 마라. 정치의 과정은 패거리다. 한 표라도 많아야 이긴다. 통합과 조정하겠다는 의식을 가져야 내 패거리도 많아진다. ‘비서실장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식 대한민국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에 문재인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100일 동안 스타십(스타정신)만 지나치게 부각됐다. 스타십보다는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야당 당수가 됐을 때도 스타십이 부각됐지만 내부 노선을 정리하며 당내 리더십도 발휘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유보하고 당 대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국민을 봐야 한다. 당도 국민 지지를 통해 장악해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자기의 힘으로 만들어 당을 먹어야 한다. 탁 놓았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노무현과 김대중의 길’은 버리면서 갔다. 국민 눈에는 당권(공천권)을 노리는 존재가 됐다. 감동은 버릴 때 생긴다. 쥐고 있으면 감동하지 않는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무난함을 뛰어넘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서는 정치적 선택과 결단, 돌파력이 필요하다. 친문재인이나 친노라는 사람들이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를 공개 선언해야 한다. 그래야 새 사람들이 들어온다. 과거의 DJ나 YS(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돌파해야 한다.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고 했던 노무현의 돌파력이 문 대표에겐 부족하다. 총선 전까지 단 한번의 기회만 남아있다. 혁신이다. 이게 안 되면 더 이상 문 대표에게 (국민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 야당팀=서승욱 팀장, 강태화·이지상·정종문·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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