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세월호 유가족 면담 무산

중앙일보

입력

 
9일 오후 4시에 예정됐던 이완구 국무총리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면담이 막판에 무산됐다. 당초 이 총리는 이날 오후 4시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4·16가족협의회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었다.사전에 예정된 면담자는 11명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유가족 90여명이 이날 오후 2시30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공관까지 도보로 이동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경찰은 예정과 달리 많은 인원이 도보로 몰려가자 광화문 세종대왕동상 부근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유가족의 이동을 차단했다.경찰 측은 "많은 인원이 이동하려면 신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들은 바리케이트를 피해 주한 미국대사관 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경찰이 인도를 막았고 이 와중에 양측이 서로 밀고당기는 충돌이 발생했다. 인도가 막히자 유가족들은 KT 본사 앞 인도에서 1시간20분간 머물다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총리가 만나자고 요청해서 가려고 했는데 인도를 막으면 어떻게 오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법 시행령 즉각 폐기와 참사 1주기 이전 세월호 선체 인양 공식 선언이라는 답을 명쾌하게 주지 않는다면 오늘 (총리) 면담은 어떤 의미도 없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부가 시행령을 폐기하고 선체 인양을 공식 선언하지 않는다면 1주기(16일) 추모행사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총리 면담이 무산된데 대해 총리실 측은 "당초 11명이 (면담에) 온다고 했는데 많은 인원이 같이 온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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