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3월의 울화통'이 돼버린 연말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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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라 ‘13월의 울화통’이 되고 있다. 우선 너무 복잡해졌다. 연말정산 서류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난해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입력 항목이 크게 늘어난 데다 계산도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체크카드·현금영수증 등 결제 수단별은 물론 전통시장·대중교통 등 어디에 썼느냐에 따라서도 공제율이 달라진다. 그 바람에 지난해 한두 개만 입력하면 됐던 게 10곳으로 늘어났다. 공제항목을 단순화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누더기로 만든 탓이다.

 세금이 정부 설명과는 달리 더 늘어난 것도 불만의 대상이다. 애초 정부는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세금이 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다자녀·독신 가구 공제 혜택 등이 줄거나 까다로워지면서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도 지난해보다 돌려받을 돈이 줄었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특히 세법 개정에 따라 세금 부담이 실제로 늘어난 연봉 5500만원 이상 중·고소득자들은 불만이 크다. 이들 대부분은 자녀 교육·결혼 비용 마련에 등골이 본격적으로 휘기 시작하는 40~50대가 많아 세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애초 2012년 세제 개편 때 예고됐던 것들이다. 2012년 간이세액표를 바꾸면서 2013년부터는 다달이 떼는 세금을 덜 떼고 대신 연말정산 때 덜 돌려받게 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세액 공제로 공제 방식이 바뀌면서 소득 구간별로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 이런 문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정부와 국세청이 적극적인 홍보나 시스템 개선 없이 안일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혼선과 불만이 커진 셈이다.

다달이 세금을 냈는데 연말에 다시 세금을 더 내라면 누구라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게다가 서류 작성까지 복잡하다면 울화통이 터지게 마련이다. 간이세액표부터 정교하게 만들어 원천징수와 연말 정산의 차이가 커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누진세 구간을 좀 더 촘촘히 만들어 경계선에 걸리는 사람들의 세금 부담이 확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