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과거사위 경력 이용해 수임료 챙긴 변호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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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과거사위원회·의문사진상위원회 위원 때 다뤘던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다. 과거사위·의문사위 상임위원을 지낸 김준곤(60) 변호사는 재직 시절 관여한 사건 15건(소송가액 182억원)을 맡은 의혹을 받고 있다. 민변 창립 멤버인 김형태(59) 변호사는 자신이 속한 법무법인을 통해 인혁당 사건 관련 2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수임한 혐의다.

 변호사가 공무상 취급했던 사건을 맡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과거사위 등 국가위원회 위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다. 변호사법 31조는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사·검사가 변호사가 됐을 때 재직 시 다뤘던 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금지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를 허용할 경우 재판·수사·공무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 관련 국가 손해배상 금액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증했다. 2008년 116억원에서 2012년 1340억원으로 불어났다. 처음엔 민청학련, 인혁당, 긴급조치위반 등 민주화 투쟁 사건에서 시작했다가 한국전쟁 당시 국군·경찰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사람들에 대한 배상으로 확대됐다. 양민 학살, 보도연맹 사건 등 6·25 때 피해까지 배상해 주면 예산이 2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수십 년 지난 과거 사건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조차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과거사 관련 국가 배상 소송에선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도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가 구체적이고 모순이 없다면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 과거사위에 참여한 민변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이용해 4000억원 규모의 관련 소송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것이다.

 민변은 검찰 수사에 대해 “합법적 공권력을 가장한 표적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무료 변론이 아니라 수임료를 받았다면 엄한 처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인권을 가장해 국민의 혈세로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