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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임금체계 확 뜯어고쳐야 청년일자리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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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는 노조가 낸 소송에서 현대차 근로자에게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16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일정 근무일수(15일 이상) 충족이라는 추가 조건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대로 확정될 경우 현대차는 3조2000억원대로 추산되는 추가 임금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기아차·현대중공업·한진중공업·금호타이어 등에서 같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기아차·현대로템 등은 현대차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상여금의 ‘고정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문제는 소송이 아니라 결국 임금체제 개편을 통해 풀어야 한다. 현대차 윤여철 부회장은 통상임금 판결 직후 “연공서열을 탈피한 생산성 위주의 새 임금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의 임금개편은 전체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다. 이웃 일본은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데도 이미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해 소니와 파나소닉은 연령·근속연수에 따른 연공급을 폐지하고 역할·직무에 따른 역할급을 도입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전략이 됐다. 생산성과 무관하게 연공서열이 높은 정규직이 임금을 많이 받는 구조로는 국제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정년이 연장되면 연공급 임금체계는 젊은이들의 신규 채용을 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기업들이 기존 정규직의 임금 부담을 신규 고용 축소로 해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오는 3월까지 노동시장 개혁 논의를 끝내기로 합의한 상태다. 임금체계 개편 이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3월에 합의를 이끌어낼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노사 양측은 모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규직 강성노조 중심인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재계도 임금체계 개편과 비정규직 보호 확대 등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3월 노사정위 논의에서 최대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국회의 협력을 구해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통상임금 범위는 법령으로 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노사 갈등과 송사로 인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은 임금체계를 개편할 경우 신규 고용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 노사 모두 경직된 임금체계를 바꾸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노사정위는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적 시각과 ▶구조 개선에 따른 책임과 부담은 나눈다는 것을 2대 원칙으로 정했다. 노사정이 이에 공감한다면 젊은 세대의 살길을 터주기 위해 서로 무엇을 양보하고 부담을 나눌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