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창당 뛰어넘는 쇄신 의지 … “당명 바꿀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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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쇄신파 의원들과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연 의원, 박 전 대표, 황영철 의원, 구상찬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던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가 극적 반전을 맞았다. 14일 오후 6시40분쯤 국회에서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 7명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참여한 쇄신파 의원들은 남경필·임해규·권영진·주광덕·구상찬·황영철·김세연 의원 등 7명이었다.

회동 후 박 전 대표는 “충분히 얘기했다. 당을 위한 충정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다”고 했고, 한나라당에서 재창당론을 처음 공론화한 쇄신파 권영진 의원도 “쇄신에 대해 박 전 대표와 우리의 생각이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은 쇄신파 의원들이 당 쇄신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진의를 알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 비공개로 1시간20여 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박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이루겠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며 쇄신파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는 “파란 점퍼(한나라당 선거운동복)를 입고 다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는 말도 했다.

  특히 재창당 문제에 대한 견해차가 많이 좁혀졌다. 박 전 대표는 “당을 해체할 경우 들어갈 시간과 비용은 민생을 위해 써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이 용어에 집착해 한나라당 해체에만 관심을 갖게 되면 당의 신뢰 회복으로 인식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쇄신파 의원들은 “해체하자는 것은 아니다. 신한국당의 경우처럼 당명 개정도 재창당”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바뀌었구나 생각할 때 당명을 바꾸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민자당→신한국당’ 수준의 재창당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매듭이 풀린 셈이다.

  박 전 대표는 강도 높은 인적 쇄신, 물갈이도 예고했다.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한 그는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면 우리들 희생은 있겠지만 국민이 믿어줄 것이다. 이렇게 변화해야만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믿어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대대적인 인재 영입을 통한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임해규 의원이 공천과 관련, “당외 인사 중 국민의 신망을 받는 분들을 비대위에 영입해야 한다”고 하자 박 전 대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탈당한 정태근·김성식 의원에 대해서도 “안타깝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두 사람 마음을 돌려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의원은 회동 후 “탈당 의사를 번복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동으로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일단 봉합 국면을 맞게 됐다. 한나라당은 15일 의총에서 비대위 구성안을 확정한 후 19일께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당규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주부터 ‘박근혜 비대위’가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쇄신파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내분 사태가 재발할 여지는 남아 있다.

김정하·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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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파 7명과 회동, 한나라 사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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