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상반기 펀드 평가] “변동성 큰 장세, 계량 분석방법 주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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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교보악사자산운용 정은수(50·사진) 대표는 업계의 ‘비주류’다. 주식형 펀드가 조명을 받는 자산운용업계에선 주식 전문가가 대표 자리에 앉는 게 보통. 하지만 그는 채권 쪽에서 주로 일했다. 하나알리안츠투신 채권본부장으로 있을 때 만든 ‘토탈리턴펀드’가 바로 그의 ‘작품’이다. 저평가된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1조원가량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증권사·운용사는 물론 교보·하나알리안츠생명 등 생보사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그는 “증권사는 단기, 운용사는 중기, 보험사는 장기에 초점을 맞추는데, 세 분야를 모두 섭렵한 것이 투자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며 “금융시장 전체를 분석하고, 시장을 예측해야 한다는 점에서 채권과 주식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처럼 교보악사의 운용 스타일도 색깔이 있다. 다른 운용사보다는 계량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펀드매니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대신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를 활용해 종목을 선택한다. 정 대표는 “주관을 배제하고 운용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교보악사는 2011년 상반기 중앙일보 펀드평가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톱 10’에 2개 펀드가 순위에 들었다. 평균 수익률도 상반기 11.18%로 운용사 중 5위를 차지했다. 변동성이 높았던 상반기에 중소형 운용사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상반기 수익률이 좋다. 3년 수익률도 높아졌다. 어떤 투자전략을 펼쳤나.

 “계량적인 방법으로 종목을 선정해 투자한 게 성과를 냈다. 단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고르지 않고, 과거 10년의 데이터를 분석해 주가가 오를 종목을 추렸다. 저평가 받는 중소형주가 많았다. 상반기처럼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선 이런 방법이 통했다.”

 -계량분석을 할 때 어떤 지표와 데이터를 보나.

 “영업비밀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곤란하다.(웃음) 예컨대 가치·수익성·성장성·모멘텀의 네 가지 영역에서 8개의 투자지표를 선별해 종목별로 점수를 낸다. 그리고 점수가 잘 나온 상위 40개 종목에 투자하는 식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어 장기 투자가 가능하다.”

 -성과에 비해 운용사의 이름이 덜 알려진 편이다.

 “악사그룹과 합작 이후 줄곧 외국인이 대표를 맡았다.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부터 선진 운용기법을 많이 전수받았다. 하지만 마케팅이나 홍보·영업 쪽에서는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인이 처음으로 대표가 된 만큼 이를 하나씩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하반기 증시를 어떻게 보나.

 “강한 상승세는 아니다.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다. 주요국의 경기부양이 마무리되면서 세계 증시의 상승동력이 약화됐다. 남유럽 재정위기 같은 악재도 여전히 잠복해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은 지속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증시 수급 여건이 상당히 괜찮다. 주가가 조금 내리면 연·기금 등 기관의 자금 집행이 바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도 하반기에 계속 주식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하반기 신경 써야 할 변수를 꼽는다면.

 “핵심 변수는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정 여부, 중국의 긴축정책 완화 시점 등 두 가지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 정책(QE3)을 펼 가능성도 있다.”

 -특별한 투자 원칙은.

 “우리 회사 광고 카피로 대신하겠다. ‘시간을 압축할 수 없다면 종목을 압축하십시오.’ 우량 종목에 장기·분산 투자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

손해용 기자

▶‘차·화·정’ 고공행진 … 소수정예 강했다
▶[표]2011년 상반기 펀드 평가
▶“펀드 매니저에게 대폭 위임하니 고수익”
▶국내는 압축형·중소형주 … 해외는 채권형 순항할 듯
▶국내 주식형 펀드서 JP모간 훨훨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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