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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형 펀드서 JP모간 훨훨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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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차승훈(49·사진) JP모간자산운용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의외의 말을 했다. “현재 판매하고 있는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 펀드’의 규모가 2조~3조원에 달하면 판매를 중단할 수도 있다.” 그는 “소수 종목에 투자하는 특성상 펀드 크기가 지나치게 커지면 운용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보통 자산운용사는 고객의 돈을 서로 받아들이려고 경쟁한다. 수탁액이 회사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 대표는 이런 시장의 흐름과 정반대의 발언을 했다. 이유는 바로 이 회사가 올 상반기 자산운용시장에서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자금 유입으로 볼 때 올 상반기 JP모간자산운용의 실적은 독보적 1위다. 이 회사의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자 펀드’는 지난해 말까지 순자산이 308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반기에만 1조2546억원을 끌어들였다. 2위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 펀드의 유입액(5935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기준환 JP모간자산운용 인베스트먼트팀 상무는 “이 펀드는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보다 3~5년 정도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30여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며 “이 펀드가 설정(2007년 6월)된 후 3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 투자자가 펀드의 성과에 대해 신뢰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각을 나타내는 외국계는 JP모간만이 아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상반기 자금 유입 상위 5위에 JP모간을 비롯해 알리안츠와 하나UBS자산운용(하나UBS블루칩바스켓Ⅴ) 등 외국계 3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계가 약진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외국계서라기보다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그러나 “일부는 순자산 규모가 1조6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초대형 펀드가 됐다”며 “일반 펀드도 규모가 커지면 적정 수익률을 내기가 버거운데 몇몇 종목에 압축해 투자하는 펀드는 더욱 운용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달리 상반기는 해외 펀드에 고난의 시기였다. 돈은 빠지고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머무르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형국이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에만 해외 펀드에서 4조956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은 2009년 7월 이후 24개월 동안 계속됐다. 한때 60조원에 달하던 설정액도 34조원으로 급감했다. 2007년 중국 증시의 고점 때 들어왔다 아직 원금을 회복하지 못해 묶여 있는 펀드 자금까지 감안하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위축 흐름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분위기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백지애 연구원은 “2009년 말 해외 주식형 펀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된 뒤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펀드 차익에는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된다.

 저조한 성과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힘을 빼고 있다. 북미(2.51%)와 유럽(0.74%) 펀드를 제외하고는 주요 지역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면서 상반기 평균 수익률은 -2.4%를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중국의 긴축 등이 불거지며 해외 시장이 부진했던 탓이다.

 그나마 해외 채권형 펀드(3.54%)가 해외 펀드의 체면을 살렸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해외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며 국내 주식형 펀드(3.63%)에 버금가는 성과를 냈다.

김창규·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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