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45년 만에 고향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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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막상 돌아온다니 반가움보다 탄식이 앞선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지 무려 145년 만이다. 저물어가던 조선, 망국(亡國)의 치욕이 서린 외규장각 도서는 단순한 문화재 반환 이상의 의미를 띤다. 약육강식의 국제질서 속에서 힘 약했던 조상들이 빼앗긴 보물이 우리 국적기에 실려 오늘 고향을 찾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만큼 컸기에, 비록 협상에 17년이나 걸렸지만 결국 우리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 아닌가. 국력이 약해 당하는 수모,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5년 단위 갱신 대여’라는 반환 방식이 매우 아쉽지만, 프랑스라는 협상 상대가 있는 만큼 그나마 현실적인 절충이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 일본에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 고서 1205책을 ‘인도’ 형식으로 돌려받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화재는 어떤 경위로든 한 번 빼앗기면 제대로 모양새를 갖춰 돌려받기가 이렇게 어렵다.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계기로 정부와 관련 단체가 해외의 우리 문화재를 찾아내 돌려받을 것은 돌려받는 일에 한층 더 힘써주길 기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문화재 현황과 유출 경로 파악이다. 문화재청은 전 세계 약 14만 점으로 보지만 대부분 공공기관 소장품이므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처럼 약탈당한 것, 도굴·도난당한 것, 내국인이 선물하거나 돈 주고 구입한 것 등 해외 반출 경위도 제각각일 것이다. 다행히 문화재청 내에 다음 달 해외문화재팀이 신설돼 정부 차원의 현황파악·조사연구 업무가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정원 6명의 조직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민간단체·연구자들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제대로 된 백서부터 만들기 바란다. 사실 외규장각 도서도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서 찾아내 알리지 않았다면 오늘 고국 땅을 밟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해 반환이 결정돼 일본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 고서들도 한국해외전적조사연구회·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등 민간단체의 조사활동에 크게 힘입었다.

 유출 문화재 환수는 장기적·전략적 접근이 기본이다.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유네스코 협약(1970년), 서울선언(2008년) 같은 국가 간 약속·선언이나 그리스·독일·이탈리아 등의 문화재 반환협상 선례도 철저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환수 대상 문화재가 파악되면 유출 경위나 소유 주체에 따라 정부 간 협상, 기증, 장기 대여, 구매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오늘부터 모두 네 차례로 나뉘어 들어올 외규장각 도서 297권은 7월 29일 개막하는 환수문화재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조상들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과 뼈아픈 피침(被侵)의 역사를 보여주자. 외규장각 도서 반환협상 과정에서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들이 집단으로 반발해 국내 여론의 분노를 샀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 사서들의 애국심과 ‘문화재 욕심’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