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묻지마 총격’ 학생 등 12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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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국 잉글랜드 지역 북서부의 컴브리아주에서 택시 운전사가 가족·동료·행인 등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1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다. 중상자 8명 중 3명도 위독한 상태다. 사건 현장은 크고 작은 호수들이 몰려 있어 ‘호수 지방’이라고 불리는 유명 관광지 주변이다.

운전사 데릭 버드(52·사진)는 2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쯤 화이트헤븐 마을의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 운전사들에게 소총을 쐈다. 운전사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은 다쳤다. 이후 택시를 몰고 3시간 동안 주변 마을을 돌아다니며 약 30곳에서 길가의 노인·농부·학생 등에게 닥치는 대로 ‘묻지마 총격’을 가했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그를 추적했다. 버드는 오후 1시40분쯤 인근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옆에는 산탄총과 소총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버드는 사건 전까지 평범한 이웃이자 동료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쾌활하고 붙임성 좋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영국 경찰은 가족 간의 불화가 사건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택시 운전사들을 공격하기 전 이미 쌍둥이 동생과 가족 일을 맡아온 변호사를 찾아가 총기로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영국 언론은 병상에 있는 어머니가 미리 남겨놓은 유언을 둘러싸고 버드가 가족들과 갈등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버드는 이혼한 뒤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다. 그는 사건 전날 한 택시 운전사에게 “다시는 나를 못 볼 거야”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에서는 1996년 아동 성추행 전력이 있는 남성이 스코틀랜드 지역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학생 16명과 교사 한 명을 살해한 일이 있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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